다음날 걷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첫 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고집을 부리지 않으며 단호하게 선언하는 아이의 뜻을 거역하기 어려웠다. 내 주특기인 간절히 매달리기를 할 수 없었다. 네가 가버리면 나는 오늘 이 방에서 혼자 지내야한다, 내일 나는 외롭게 혼자 걸어야 한다, 우리 내일 다 마치고 소금빵 먹기로 했잖아, 나는 네가 가면 무척 서운할 것 같아.....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삼켰다.
그저 오늘 걸었던 그 걸음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아이가 그린 '우리가 함께 걷는 그림'이 위로가 돼 주었다. 내일까지 마무리 해야하는 워크북을 서둘러 채우던 중, 아이가 그린 우리의 걷는 모습이다. '몸과 마음이 휴식이 된 시간'이라는 제목 그대로 그 만큼이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불을 끄고 각자 침대에 누워 이제껏 누구에게도 꺼내보지 못한 비밀 얘기를 듣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으나, 그건 내 생각이다.
장00, 아이는 이제 내게 자리잡았다.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문득, 그 아이를 떠올리며 응원할 것이다. 아이와 함께 걸었던 시간은 온전히 내가 사라지고 아이만 선명했다. 이기적인 나에게 이토록 값진 선물을 안겨준 아이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