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시작되는 불안
추석이 다가오면 집안 분위기가 달라져요. 냉장고엔 벌써 음식이 가득 들어가 있고, 주방에선 전 부치는 냄새가 하루 종일 배어 있어요. TV에서는 명절 특집 광고가 쏟아지고, 거리마다 들뜬 분위기가 흘러나오죠.
근데 이상하게 나는 들뜨기보다 긴장부터 돼요. 내일 가족들이랑 다 같이 밥 먹을 생각, 끊임없이 이어질 음식들, 그리고 그 앞에서 흔들릴 내 모습이 벌써 떠오르거든요. 아직 젓가락도 들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무겁게 눌린 것 같아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사실은 걱정이 더 커져요. "내일은 어떻게 버틸까?", "혹시 또 후회할까?"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그래서 추석이 즐겁다기보다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이럴 때 나를 더 지치게 하는 건, 이런 불안을 말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다들 들떠 있으니까, 혼자 걱정하고 있다는 걸 꺼내기도 힘들거든요. 결국 속으로만 삼키면서 하루를 넘기게 돼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도, 내일을 준비하는 한 부분일 거예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버티고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