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와 함께 찾아온 공황의 시작
1년 전, 평범했던 하루의 오후.
출근을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있었어.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 안,
이어폰도 없이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엄마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어.
갑작스러운 통화,
내가 진짜 출근 중인지 확인하려는 전화였고,
그 순간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다 듣는 가운데 스피커로 대화를 나눴어.
나는 전남자친구를 몰래 만나는지 감시받고 있었고,
엄마는 주변을 살펴보려 영상으로 얼굴과 배경을 확인했어.
그때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속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
그게 내 인생 첫 공황 증상이었어.
몸은 멀쩡한데,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고
세상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
그날 이후, 나는 전보다 훨씬 더 쉽게 무너졌어.
예상하지 못한 음식을 마주했을 때나
조금만 계획에서 벗어나도
같은 감정이 올라왔어.
처음엔 단순히 식이장애에서 오는 폭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건
불안과 긴장, 그리고 '내가 내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이었어.
식사 자체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반응하는 내 마음이
너무 약해져 있었던 거야.
한입을 더 먹은 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음식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숨이 가빠지고, 토할 것 같고, 눈물이 쏟아졌어.
그럴 때마다 "내가 또 실패했구나"란 생각이 나를 덮었지.
심했을 땐 휴대폰 진동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였어.
영상통화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막혔고,
사람 목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어.
다행히 지금은
아빠의 도움으로 영상통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예전처럼 불안한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조절하고 있어.
예전보다 덜 울고,
예전보다 덜 놀라고,
예전보다 조금 더 내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어.
지금도 식이장애가 끝난 건 아니야.
공황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무너진 나를 조금은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처음부터 강했던 사람은 없잖아.
우리 모두는 흔들리는 순간 속에서
다시 중심을 찾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혹시 지금도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꾹 참고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