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하루는 없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중이에요

by 살쪄도괜찮조

요즘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꽤 큰일을 해낸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하루에 몇 칼로리 이내로 먹었는지, 체중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런 수치에 따라 내 하루의 가치를 매겼어요.
하루라도 계획에서 벗어나면 ‘다 망쳤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그럴 거면 아예 안 먹는 게 낫겠다’고 자포자기했던 날도 많았어요.

그렇게 계속해서 ‘완벽한 식사’, ‘완벽한 몸’, ‘완벽한 하루’를 추구하다 보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답게 산다’는 게 뭔 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기준을 바꿨어요.
‘하루 세끼 잘 챙겨 먹기’가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돌아오기’,
‘불안해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기’
그게 지금 내가 정한 새로운 기준이에요.

최근에도 그런 날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고, 계획과 다른 양이었고,
그날 밤에는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한참 흔들렸어요.
예전 같았으면 혼자 울다 말도 없이 굶었겠지만,
지금은 내 상태를 스스로 점검해요.

“왜 그렇게 당겼을까?”
“아, 오늘 마음이 힘들었구나.”
그렇게 하나하나 이유를 찾아보는 거예요.
감정이 먼저였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면, 음식은 그저 ‘결과’ 일뿐이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자주 해요.
지금 내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규칙적인 식사’도, ‘운동’도 아니고,
‘나에게 말 거는 방식’이라고요.

내가 나한테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전혀 다른 날이 돼요.

무너졌다고 나무라지 않고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면
조금 더 따뜻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요.

완벽하진 않아도, 그게 지금의 내 방식이에요.
누군가는 여전히 체중과 식단으로 하루를 평가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내가 버텨낸 마음의 무게를, 그 무엇보다 값지게 생각해요.

식이장애를 겪지 않은 사람이라도,
매일의 식사에서 죄책감이나 무력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모두가 하루에 세 번씩 음식을 먹지만,
그걸 진심으로 ‘편하게’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내게 ‘먹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아요.
하지만 예전보다 확실히 나아졌고,
무너져도 예전처럼 깊이 가라앉지 않아요.

천천히, 정말 천천히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도 매번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 오늘 하루도,
당신이 흔들렸다고 해도 괜찮아요.
넘어졌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이미 충분히 잘 살아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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