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빠지고, 생리가 멈췄던 날들
처음 생리가 멈췄을 때,
그저 체중이 갑자기 줄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어요.
몸이 잠깐 예민해진 걸 수도 있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가볍게 넘겼어요.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의 말이 그 불안을 더 깊게 만들었어요.
“생리도 안 하는데 어떻게 여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니.”
“그럼 나중에 애는 어떻게 낳을래?”
그 말들이 마치 날 부정하는 것 같았어요.
나는 분명 그대로의 나인데,
몸 하나가 멈췄다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살을 찌워봤어요.
거의 15kg 이상 몸무게를 늘려도
생리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 순간, 모든 게 허무했어요.
‘어차피 안 돌아올 거면 그냥 다시 뺄래.’
‘이 몸은 내 몸도 아닌 것 같아.’
그리고 그 생각은
또다시 식이장애로 이어졌어요.
지금은 그래도,
생리를 하고 있어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몸무게’가 아니라 ‘식사 습관’이었어요.
이전처럼 숫자에 매달리지 않고,
가공식품을 조금씩 줄이고,
내 몸이 진짜 원하는 음식을 챙기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몸이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어요.
다시 생리를 하게 됐을 때
‘이제 괜찮아졌구나’라는 안도감보다는
‘이제야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생리가 멈췄던 건 몸이 보내는 신호였어요.
“이렇게는 안 되겠다, 나 너무 힘들어”라는.
그 목소리를 이제야 들었어요.
너무 늦게 알아챈 것도,
너무 오래 외면했던 것도
지금은 그저 조용히 인정하고 있어요.
몸이 멈췄던 그 시간들,
나는 아팠고 외로웠고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걸 더 잘 느끼게 돼요.
혹시 지금도,
생리가 멈췄는데 괜찮은 척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