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쪄도 괜찮아, 그런데 왜 나는 불안할까?

괜찮다는 말이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 때

by 살쪄도괜찮조

“살쪄도 괜찮아.”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면 기분이 좋아야 할 것 같죠.
위로처럼 들릴 때도 있어요.
마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말 같아서
잠깐은 마음이 놓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말이 들릴수록
가끔은 마음속에 더 복잡한 감정이 생겨요.

“정말 괜찮은 걸까?”
“괜찮아지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지금 이 모습이 과연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나를 아껴주려는 말인 걸 알면서도,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 ‘안 괜찮은 자신’을 다시 떠올리게 할 때가 있어요.

예전의 나는 숫자에 굉장히 예민했어요.
특히 체중계 위의 숫자.
몇 백 그램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하루가 불안하고,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거울을 볼 때마다
“살찐 거 같아. 안 돼.”
“어제 먹은 거 다 티 나는 것 같아.”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럴 때 누군가 “살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면
처음엔 고마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이 더 큰 압박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나는 왜 이 말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지?”라는 자책으로 이어졌죠.

사실 지금도 완전히 나아졌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괜찮다’는 말이 늘 따뜻하게만 들리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예전보다 달라진 건 있어요.
이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냥 그대로 인정해보려고 해요.

“나는 지금 불안해.”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해.”

이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하고 말해주는 게
예전보다 조금은 쉬워졌어요.

또 한 가지 바뀐 건,
내가 몸을 조금 더 돌보고 있다는 점이에요.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몸이 원하는 음식을 조심스럽게 골라보려고 해요.
그게 ‘건강을 위해’라기보다
내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한 작은 선택이에요.

물론 어떤 날은 여전히 마음이 흐트러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날이 있다는 걸
이제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살쪄도 괜찮아.”
이 말이 언젠가 정말로 편하게 들리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그게 하루만일 수도 있고,
아주 먼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날이 오도록,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조금씩 돌보고 있어요.

그리고 혹시 당신도 그런 길을 걷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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