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2시, 흔들리는 선택 앞에서

점심 앞에서 더 어려워지는 마음

by 살쪄도괜찮조

아침을 어떻게든 버텼다.
억지로 물을 마시고, 속을 달래기 위해 가볍게 무언가를 먹으며 지나왔다.
그런데 오후 12시,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은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주변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밥을 먹는다.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식당으로 함께 향하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도시락을 열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순간 나 혼자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마음속에서 계속 싸운다.
“오늘은 굶어야 해.”
“아니, 조금은 먹어야지.”
“어차피 또 무너질 텐데 그냥 먹어버릴까.”
배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고, 점심시간이 두려움의 시간이 된다.

폭식 후의 점심은 특히 더 무겁다.
어제의 후회가 오늘까지 따라오기 때문이다.
먹으면 또 무너질까 걱정되고,
굶으면 저녁에 더 크게 터질까 두려워진다.
그래서 점심 한 끼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내 하루 전체를 시험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나는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시도부터 해보기로 했다.
배고픔이 극도로 쌓이기 전에 과일 몇 조각이나 따뜻한 국물을 먼저 챙겨 먹었다.
억지로 양을 줄이려 하기보다, 한 숟가락이라도 천천히 씹으며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들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매일 이렇게 해야지”라는 다짐 대신
“오늘 점심만 이렇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접근했다.

그렇게 해보니 점심이 조금 덜 두려워졌다.
물론 여전히 흔들리고,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점심 한 끼가 오늘 하루 전체를 결정짓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한 끼를 어떻게 먹었든, 그 순간으로 하루가 끝나는 건 아니다.
오후에는 또 다른 시간이 남아 있고,
다시 선택할 기회가 언제든 찾아온다.
어제의 후회가 오늘을 덮을 수는 있어도,
오늘의 선택이 내일까지 전부 망치게 둘 필요는 없다.

오후 12시, 흔들리는 점심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완벽한 다짐이 아니라
그저 작은 선택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이
오늘을 무너뜨리지 않게 해 주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죄책감 너머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