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얽매여 지금의 행복을 놓친 당신에게
어린 시절 나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관여로 중국 언어문화를 전공했고 30년 넘게 중국어와 관련된 일을 했다.
언젠가 어릴 적 꿈을 담아 내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해볼까, 고민했다. 불과 이틀 만에 현실을 직시했다.
당시 순풍에 돛을 단 듯 잘나가던 중국어는 나에게 ‘중국어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아주었다.
나는 ‘전문가’라는 말이 좋았다. 더군다나 중국어 쓰임이 많아지면서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는 돈이 불어났다.
중국어를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힘들었다. 내 마음은 어린 시절 꿈을 담고 있는데, 관심도 없는 중국 문학을 읽고 또 읽었다. 어떤 날은 여러 생각에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필획이 많은 한자는 외워지지 않아서 손가락이 부을 정도로 반복해서 썼다. ‘중국어 전문가’라는 말은 힘든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다. 통장에 쌓여가는 돈은 내 젊음과 열정을 쏟은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일까, 중국어는 어느새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나이 들어가며 설 자리는 줄어들고, AI의 등장과 번역기의 우수한 성능은 어학 전공자를 사지로 내몰았다.
중국어의 쓰임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나는 마치 세상이 망한 것처럼 굴었다. 30년 세월이 한스러웠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앞으로 뭐하며 살지.’
소리 없이 울부짖던 어느 날, 나는 자문했다.
‘나는 누구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매일 비슷하게 돌아가는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이러한 물음 자체가 고리타분하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이 질문에 방황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고 궁금함만 깊어간다.
돈과 명예를 찾아 아등바등하는 모습일 수도 있으며, 자신도 굳건하게 서지 못한 채, 아이들만 채근하는 나약한 엄마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또한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의문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을 통해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행복이란 과거의 찬란함, 거창함이 아닌 소소함 속에서 진정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특별하지 않다. 평범한 우리 삶에 소리 없이 스며있다.
나는 과거에 얽매여 오늘의 행복을 놓치고 살았다. 나 스스로 시들고 쓸모없어졌다고 판단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다짐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보겠다고.
나에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좋은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를 안아주는 시간은 외롭고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시간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가정을 행복하게 세워나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이 반짝이는 삶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순간이 오겠지.
나의 경험과 소소한 이야기가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꿈을 찾아 헤매는 한 사람의 인생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요즘 하늘이 맑다. 풍겨오는 꽃내음이 참 좋다. 우리 함께 행복해지자.
씨소 드로잉 <진꽃도 다시 핀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