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잤다. 부스스 일어나 부엌에 들어서니 걱정이 앞선다.
‘오늘 아침은 뭘 먹지.’
늦잠 잔 날은 램프 지니가 나타나 뚝딱 아침 밥상을 차려놓는 상상을 한다.
며칠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장을 보지 못했다.
‘어제 새벽 배송이라도 주문해 놓을걸.’
입 짧은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밥상 차리는 일이 밀린 숙제처럼 느껴진다.
냉장고를 열고 샅샅이 살펴봤다.
야채칸을 열어보지 반쪽 남은 애호박과 당근, 양파 1개, 계란 다섯 알, 콩나물 한 봉.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하나도 없다. 냉장고 한쪽은 향신료와 소스로 가득했다.
누가 보면 쉐프의 집이다. 냉장고에서 모든 야채를 꺼냈다.
양파를 잘게 썰고 단맛이 날 때까지 볶았다.
찬장에 비상용으로 사놓은 스팸을 꺼내 아주 작은 깍두기 모양으로 썰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당근은 기네스북에 올라갈 만큼 깨알처럼 썰고 색이 고운 애호박은 송송 자른다.
계란은 달궈진 팬에 크럼블 한 후 접시에 덜어냈다.
야채를 몽땅 부어 잘 익을 때까지 볶다가 깨소금을 넣었다. 따끈한 밥 두 공기 넣고 굴소스를 한 숟가락 넣었다. 냄새가 그럴듯하다. 한 입 먹어보니 나름 괜찮다.
음식점에서 나오는 비프 플라프보다는 못하겠지만, 아침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얼른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을 깨어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에이, 밥보다 잠이 더 좋은 때잖아. 식으면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뭐.’
체념하듯 식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봄동산처럼 알록달록 쌓인 볶음밥을 보고 있자니 어린시절이 싹을 틔우듯 올라왔다.
두 언니와 나, 남동생. 우리 사 남매는 등교 시간이 제각각이라 평소에는 함께 아침밥을 먹을 수 없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일요일은 기다란 직사각형의 상을 펴고 여섯 식구가 빙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반찬이 맘에 안 들어 깨짝거릴 때 아버지는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한마디를 했다.
“너희들은 보릿고개 시절을 안 살아봐서 모르지. 우리 어릴 적엔 보리밥도 없어서 배를 곯았다. 뭐든 푹푹 먹어라. 사람은 밥힘으로 사는 거야.”
혼날까 봐 반찬 투정도 못 하고 뿌루퉁해 있으면 아버지는 노릇노릇 구워진 고등어 살을 발려 내 밥 위에 올려놓았다. 밥맛도 없고 반찬도 맘에 안 드는데 아버지가 준 고등어에 밥 한 숟가락 먹으면 정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음식도 못 하는 내가 집밥을 고집한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요즘, 아침밥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을 대신해도 되는데 매일 뭘 먹을까 고민을 하면서 또 밥을 한다. 아마도 나에게 밥은 추억인 것 같다.
지친 하루를 뒤로 하고 가족과 먹는 밥은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도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밥에는 온기가 담겨있다. 밥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버거운 오늘을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특별하지 않지만 정성껏 만든 볶음밥으로 든든히 채워져야겠다.
밥힘으로 사는 우리 가족을 위해 오늘은 장을 보러 가야겠다.
‘뭐를 살까? 뭘 만드나...’
아침은 냉장고 털어서 볶음밥~~^^
저녁은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난 음식엔 전혀 재능이 없당~~~^^
소박한 우리집 저녁 밥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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