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움곳간, 한옥교실에서 만난 그녀는 반짝인다.
글쓰기 수업 첫날이다. 낯선 길을 헤매다 지각했다.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맨 뒷자리에 슬그머니 앉았다. 옆에 있는 누군가가 프린트를 챙겨준다.
다정한 손길에 내 눈길도 옆으로 쏠린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수업 처음 들으세요?”
“아니요. 지난번에 잠깐 들었어요.”
마름모꼴의 화려한 귀걸이, 풍성한 검은 머리, 진분홍 립스틱을 바른 그녀는 반짝였다.
오늘 처음 만난 그녀에게 매혹되었나. 주책없이 한마디가 툭 튀어나온다.
“정말 고우세요.”
그녀는 수줍은 소녀처럼 살포시 웃으며 속삭인다.
“나 올해 쥐띠에요.”
내 머릿속은 갑자기 뒤죽박죽이 되었다.
‘도대체 몇 살이라는 거지. 41세? 53세? 아닌 거 같은데. 65세인가?’
그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나 올해 77세야.”
“네↗에?”
믿기지 않는 나이에 내 목소리와 눈은 왕방울만 해졌다.
“내 이름은 소야에요.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줘요.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화낼 거야.”
그녀의 귀여운 표정, 청량한 목소리는 어딜 봐도 77세 노인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배움에 대한 열정, 시들지 않은 젊음이 있다.
나는 늘 나이 탓을 하며 포기할 때가 많았다.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았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며 나 자신과 타협했다.
‘반 백세 넘은 나이에 뭘 시작해.’
77세 나이에도 수업을 듣고 글을 쓰는 그녀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녀는 나에게 살며시 말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목숨 같은 존재였어요. 글을 쓰며 숨을 쉴 수 있었지...”
오늘 만난 그녀의 삶을 나는 짐작할 수 조차 없다. 다만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시절 나를 괴롭혔던 일들로 부터 벗어나고자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다독이고 내 삶을 성장시키고 싶었다. 어쩌면 내 짝도 나와 같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괴롭고 슬픈 일을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글로 담아냈을 것이다.
그녀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수업에 집중하며 공책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 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본 것 같다. 그녀가 부드러운 가시처럼 나를 콕 찌른다.
“공부 안 해요? 선생님 말씀에 집중해야지.”
한옥교실에서 만난 그녀와 나,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우리는 오늘도 반짝이고 있다.
수원 행궁동에 자리 잡은 한옥교실
교실내부는 한옥의 멋과 현대적인 느낌이 어우러져 있다.
수업 첫날 솔직히 놀랐다..한옥교실이 너무 멋져서..^^
내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수강생 평균연령이 65세이다. 이곳에서 50대인 나는 막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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