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시

by 숨고

어느 노래 한 소절에 그런 말이 있더라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

네가 바다인걸 왜 몰랐을까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

네가 바다인걸 왜 몰랐을까


지금도 사랑한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덩그러니 울고 싶지 않아

환한 곳을 향해 내딛던 발길들이 무색하게

다시 또 무너지는 마음은

그냥 그 흔적 하나 둘 작은 먼지 같은 한 점일 뿐인데

아직 난 그 먼지 한 톨에도 눈을 깜빡이기 힘들다


매일 통화하던 그 시간

당신이 나른해서 눈 붙일 시간

내게 잠대신 내어줬던 그 시간

그 소중한 당신의 단잠시간

그 꿀 같던 시간까지 내게 내어주던 사랑

그 마음

그 깊은 바다

고요하게 날 안아주던 그 품

바다같이 날 품었는데 몰랐던 걸까

외면하고 이기적인 마음에 받을 줄만 알았을까


당신이 없다고 초라하지 않아

근데 이 삶, 이 기쁨이 풍족하진 않은 것 같아

아직 이 공터가 비어있어서 그런가 봐

누구로 채울 수 있을까

언젠가 채워는 질까

이 빈 공간을 매울 수 있을까


머릿속을 가득 매우던 연기처럼

당신이 뿌옇게 사라진다

점점 희미해지는데 마음은 섣불리 무지개를 꿈꾼다

안개 낀 하늘 속 무지개가 왜 이리도 어설픈지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다정한 파도는 바다를 품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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