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v 건축관
저에게 있어 ‘Sequence Panorama’라는 의미는 사람이 경험하고 인식하는 모든 장면의 총집합입니다. 그것은 수 많은 경험들에 의해 만들어진 장면들(sequence)이 사람 개인마다의 이해관계에 의해 재구성 되어진 기억의 형상이고, 그 집합의 경계가 무한히 펼쳐져 있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저는 유년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의 가구공장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은 항상 분주하게 작동하는 기계들이 있었고 기름과 본드냄새로 뒤얽힌 가구들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공장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그때의 나에게 그 곳은 최고의 놀이터이자 안식처였죠. 남은 가구재료들을 가지고 성을 만들기도 했고, 저만의 물건을 숨겼던 금고이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놀이터이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 그곳이 특정 가구를 제작하는 작업실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야 아버지의 공장을 객관적으로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공간은 직관적인 경험과 설득력 있는 이해가 함께 융합될 때 정의됩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공간과 시간의 장면들이 응축되어 나에게 인지될 때 비로소 공간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의 건축은 이런 직관적인 경험으로 시작해 이성적 이해관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Dec. 10.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