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Feb 18. 2024

비 내리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8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팔십 육 번째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권을 시작합니다.


비가 무지하게 내리고 있다. 고된 하루는 아니지만 내린 비를 바라보면 급 다운이 되고 갬성에 젖는다(감성이라 표현하지 않겠다). 가끔 빗소리가 좋다 보니 비가 오는데도 그것을 몰라서 빗소리 유튜브를 틀고 자기도 한다. 비는 감정 표현상 우울이라고 표현하는 감정, 흥분과 울분 그 사이를 저울질해주는 침착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비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가 가지고 있는 그런 이미지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또 비는 그냥 자연현상이니까



비가 주는 힘이 있다. 비가 야무지게 내리는 그날 헤어져 내릴 때마다 연인이 생각나고 감정이 계속 떠올라 마음이 편찮은 사람도 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여하튼 그렇단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니. 비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웅덩이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비가 전해주는 싸늘함은 가끔 상쾌함을 가져다주고 습하지만 습한 대로 캄다운하게 만들어준다. 


사람은 신기하다. 어찌 주먹만 한 뇌를 가지고 처마 밑 고양이는 웅크리고 잠만 자고 있는 데 사람은 그 속에서도 의미를 부여하니. 그래서 의미부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비가 주는 힘도 그와 같다. 반대로 해가 내리쬐는 강렬한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때 당시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에너지가 샘솟는다. 의미부여 이전에 비가 주는 불편함이 어찌 보면 사람이 집중하다가 내려놓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비 맞기 싫은 인간이 실내로 들어가 하루종일 있다 보니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감정은 증폭된다. 비 흐르듯 눈물도 흐른다는 가사처럼 그러한 연쇄 반응이 주는 매몰된 소용돌이의 힘은 강렬한 꼬리표를 남기게 된다. 우리에겐 비가 서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반대로 열광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은 환경변화에 따른 물부족 국가들이다. 1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 하는데 비 한번 내린다 치면 온 동네 사람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머리에 양동이 두 손에도 양동이를 쥔 채 물을 모으려 애쓴다.



조건-반응이라는 명쾌한 해석을 내놓았던 선대 심리학자들의 유산처럼 어떤 환경에 따른 반응 학습은 이렇듯 같은 빗물인데도 다르게 반응하게 만든다. 그래서 맥락적 동물이라는 점이 아마 이런 이유이지 않나 싶다. 그 장면만 딱 잘라서 본다면 인간은 단순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좀만 줌 아웃을 해보면 별의별 에피소드가 다 나온다. 동물은 본능의 틀에 갇혀 있지만 인간은 창조와 파괴의 힘 모두를 가지고 있는 맥락적 동물이기에 스스로를 구원하기도 스스로를 파멸케 할 수도 있다.


단일 요소로 사람을 판별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위이고 지양해야 할 태도인데 최근에는 뇌를 연구하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나마 "창발"이라는 용어를 쓰며 인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완전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 그 하나로만 따졌을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효과 또는 결과를 창발이라고 한다. 


아마 영화 속 장면처럼 빗방울 하나하나가 떨어지면 코웃음 치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점차 계속 후두둑 떨어지고 웅덩이가 맺히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새로운 생명창조가 시작되듯이 인간이 스스로 부여하는 각 의미들의 합 또한 전혀 다른 운명을 만들어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얼굴만큼 다양한 다채로운 인간. 빗물은 투명하지만 인간은 숫자로 표현 못하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