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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19. 2024

왜 우리 아이 기를 죽여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87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팔십 칠 번째


운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핸드폰 화면이 깜빡깜빡 거리며 내비게이션 어플이 전방 시속제한 ~km라고 하며 음성과 함께 안내된다. 신나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 타임워프하듯 순간 이동한 우주선 마냥 다들 과속카메라 앞에서 언제 그래냐는 듯 기어가기 시작한다. 이러면 자동차에 무리가 갈 뿐만 아니라 연료도 많이 소진되는 습관인데도 나는 여전히 그러고 있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좀 더 가자라는 욕심이 한몫한다.



이런 건 일상적인 습관이라 쳐도 요즘 들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장은 미루기 현장인데 극성 미루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새해인만큼 다시 공동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마감 몇 시간 전에서야 완성하고 이제야 제출하고 한숨을 돌린다. 가장 고치고 싶지만 가장 고치기 어려운 나쁜 버릇이다. 과제 제출도 마찬가지로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 글을 써서 올리는 것도 미리 했어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하게 된다.


정말 마조히스트적인지 아니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압박이 시작되고 스트레스는 가중되는데 뇌는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했을 때 그때서야 움직인다. 마치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서야 움직이는 이런 패턴이 너무 꼴 보기 싫어 고민이 많아진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듯이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미루기와 맞서지 않는 이상 이런 수동적인 패턴은 계속된다.


미루기에 대해 혹자는 의지박약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처받기 쉬운 느낌의 명칭이다. 무기력이 더 맞을지 모르는 이 상태의 결과가 미루기로 이어지는데 계속된 좌절 혹은 스스로 했던 다짐을 수 차례 어기다 보니 본인 신뢰를 잃어버려 더 이상 어떤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고 끙끙 앓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참 신기한게 눈 딱 감고 몸을 내던지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부지런하고 제때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이해 못 하는 습관이겠지만 쉽게 말해 방학숙제 밀려서 하는 버전이 성인이 되어서도 안 고쳐지는, 만성적인 버릇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이 지독한 악습관을 고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얼마못가 포기했는데 사실 포기라고 외칠만한 지속성을 보였는지 보노라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이번에도 실험 한번 해보려 한다.


최근에 읽은 강박에 빠진 뇌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완벽적인 성향 때문인지 피드백에 대해 예민했던 나는 나의 일기에서도 습관 길들이기에 대해 매우 객관적으로 체크했던 것 같다. 이 말은 오늘 하지 못한 것을 명백히 체크하는 것이어서 나중에 반성하고 다시 발전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사실 지금 단계에서는 오히려 "어머머! 아니 왜 우리 아이 기를 죽여요?!" 하는 것처럼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는 못하고 실천을 "안"할 수도 있는 것들이 수두룩 할 수 있는데 생각해 보라 일기장을 펴보니 잘한 것들이 못한 것보다 적고 못한 것이 페이지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어느 누가 사기를 증진시키겠는가? 그래서 책에선 못한 것 혹은 안 한 것은 그냥 내버려 두고 혹은 굳이 적지 말고, 했던 것에 대해 칭찬하고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한번 임해보려고 한다. 너무 객관적인 피드백을 적용하려 했던 게 만성적자 의지력에 한몫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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