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Feb 27. 2024

거울치료가 필요한 아저씨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9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구십 오 번째


산뜻 하뉘~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단골 미용실이라 원장님을 잘 안다. 오늘도 의자에 앉아 항상 하던 스타일로 머리를 깎으려 했다. 예전에는 더벅머리 그 자체였는데 모임을 하면서 가히 혁명적(?)인 머리스타일인 이마를 깐 스타일로 계속하고 있다. 하다 보니 이미지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첫 이미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한번 각인되면 쉽게 바뀌지 않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느끼게 되어 바꿔보게 되었던 것 같다.



여하튼 의자에 앉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원장님과 하면서 그때는 아무도 없어서 편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쩌다 방송에 뉴스이야기가 나오니 사회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있었는데 전화가 울려 원장님이 전화를 받고 나서 이어 말씀 하시면서 "곧 방문할 손님이 아주 그냥 특정 정당의 열성당원"이시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셔서 눈치가 없었는지 마치 대비하라는듯한 메시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이윽고 머리가 끝나갈 무렵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어서 오세요" 원장님의 말과 함께 중년의 아저씨의 음성이 들려왔다.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하더니 틀어진 방송을 이내 본 듯 갑자기 온갖 욕을 소나기처럼 쏟아내며 현재의 사회적 상황과 정치 평가를 마른 날씨에 날벼락 마냥 퍼부었다. 원장님은 멋쩍으신지 웃고 있었고 나는 "아 그래서 방금 전 한 말이 경고해 주신 거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전히 나는 눈을 감고 머리를 깎고 있었다. 굳이 눈 떠가면서 그 사람을 봐서, 흥분한 소를 더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마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일부러 눈치를 좀만 주면 오히려 그런 관심을 먹고 자라는 사람들이라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더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경우도 많아서 관심 1도 안 주려하며 미동도 안한채 그 사람 이야기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목구멍까지 "다른 사람인 나도 있으니 목소리 좀 낮춰요"라고 하고는 싶지만 쫄보라서 그러지는 못한 채, 원장님은 비위를 안 맞춰줄 순 없으니 도중에 추임새를 넣으셨다. 그 아저씨가 하는 말에 대해 애초에 굳이 주석을 달고 싶지는 않지만 집에 오면서 주장과 설득 측면에서 볼 때를 떠올리니 한번 써보고자 하였다. 듣는 사람이 거북할 정도로 육두문자에 논리는 왔다 갔다 하며 자기주장에 대한 근거를 다시 자기주장에서 찾으며 환원하고 있었다.


거창하게 이순신장군도 나오고 우리나라가 어쩌니저쩌니 그래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란 이야기로 특정정당, 거의 양당제 형태를 띄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 쪽 진영을 지지하는 절반의 국민들을 싸잡아서 욕을 하고 있었는데 뭐 어딜 가나 타 진영에 대해 비판 혹은 비난은 할 수 있고 이런 편한 자리에서 노골적인 언사도 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중요한건 여기가 뉘 집 안방도 아니고 원장님하고 단 둘이 있으면 모를까 다른 사람인 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딱 한 키워드가 떠올랐다. "나이만 먹은 무식한 인간, 천박한 인간".


정신 못 차리는 국민을 욕하는 그 아저씨가 바로 그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인 거 같아 한심한 느낌도 들었다. 뭐 그런 반박적인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예절이나 공공장소 에티켓이 뭔지도 모르는 것으로 따져도 무식한 인간이었다. 아저씨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에 지지받거나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아니 뭐 애초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를 테지만 그런 이야기는 부디 개인적으로 친한 원장님과 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전 09화 이것까지 7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