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Mar 13. 2024

서어어어어어어론본론결론!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1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십번째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잠시 머리가 무거워 엔진을 조금 꺼놔야 한다. 모터기가 과열되면 그 이후의 일들은 잘 아실 것이다. 경운기 엔진소리처럼 탈탈탈! 하며 돌아가다가 타알타알타아알~ 하며 꺼지기를 반복하는 오늘. 논문 서론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 학기에 썼던 연구계획서를 다시 보자니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언제 내가 이런 걸 다 찾아서 마련해 놨는지 기특하기도 하다.




그래서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서론을 쓰고자 했는데 주관적 글쓰기가 아니고 딱딱한 객관적 글쓰기라 말을 이어 붙이기도 힘들다. 괜히 그럴들한 미사여구를 곁들이다간 비약해서 표현하면 영화 속 재떨이 날아오듯이 욕먹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애초에 말이 안 된다. 논문 특성상. 그래서 어떻게 그럴듯하게 객관적으로 서술할지 고민이고 자료는 있더라도 어떻게 잘 녹여낼지도 상당히 머리가 아픈 부분이다.


그래서 서론 쓰기는 언제나 난감하다. 글을 쓰면 제법 짬밥이 생겼다고 서론만 넘어가면 본론 결론은 자연스레 나오지만 서론을 쓰는 중 한 글자 한 글자는 나중에 본론 결론의 한 문장과도 같이 느껴진다. 흠.. 다른 논문을 살펴보면 어느새 읽어보니 몇 페이지가 후루룩 넘어가서 "어떻게 한 거지?!"란 생각도 났다. 예전에 잉크하트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영화 속 책이 캐릭터들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는데 나도 그러고 싶었다.


또 완급조절을 잘해야 하는 게 자칫 용두사미로 갈 수도 있어서 너무 힘을 빡! 주면 나중에 본론이나 결론에서 쓸 말이 없어진다. 아마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아.. 나만 그런가?). 논문이라 해서 항상 로봇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를 펼치는 글이기에 당연히 필자의 주관이 들어가며 해석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그러기엔 아직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다간 뇌피셜 말고 사실부터 풀어내세요라는 마음속 양심이 먼저 뭐라 그런다.




더군다나 지금 이 일기도 서론 쓰다가 멈추고 페이지를 새로 열어 아무 말 대잔치를 쓰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논문을 쓰고 난 후 이 일기를 다시 보게 된다면 어떨지 기대가 되면서 식히고 있긴 하다. 자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논문을 쓰기 일보직전 글쓰기는 뭐 나름 자신 있지!라고 했지만 방금 전 서술했듯이 그런 필터들이 곳곳에 있기에 내 의견을 쉽사리 개진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또 다른 논문을 하나하나씩 읽어보며 뉘앙스를 다시 파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일기를 쓰거나 에세이를 쓰면 주관적 생각 표현이 조금 수월하듯이 논문스타일을 많이 접해봐야 잘 써지는 것이니까 계속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당분간 다른 책들은 국방부 불온서적까지는 아니지만 자체 접근금지로 논문만 읽어대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교수님을 잘 만나서 좋은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문득 혹시라도 잘못 만난 대학원생은 어떠할까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대학원 생활의 90프로는 지도교수님의 스타일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원생들은 랩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근무하고 밤에 건물이 환하게 비추는 것은 오늘도 대학원생들이 양초가 되어 활활 밝혀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교수님이 일일이 개입하는 것도 스트레스인 경우도 있고 반면 뉴질랜드 목초지처럼 자유롭게 놔두다가 결과물에만 뭐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 난감하다. 아무튼 모든 대학원생의 건승을 빈다.

이전 24화 하나만 보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