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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04. 2024

미루기와의 전쟁 Ver 0.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9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구십 삼 번째




아고아고... 머리에 수건만 안 얹었을 뿐이다. 거의 몸살 환자와 같이 누워있다 글을 쓴다. 오래간만에 나간 헬스장에는 사람이 붐볐고 원장님이 환한 얼굴로 맞아 주셨다. 핑계를 인정하며 "작심삼일 다시 이겨내려 나왔습니다"란 수줍은 고백과 함께 등록했다. 더 이상 미루기는 싫었다. 나갈 거란 이야기 하면서 논문이니 뭐니 핑곗거리를 대면 끝도 없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그냥 "어!? 잠깐?" 하기 전에 나갔다.




학생들도 많고 노년층도 많고 연령대가 다양했다. 헬스장이 날이 더워서 뜨거운지 사람들의 건강 열정 때문에 뜨거운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모르게 같이 승차하게 되었고 열심히 달리고 들고 밀었다. 갔다 온 사람은 개선문을 지날 수 있다. 함께 나가던 부모님께는 오늘 다녀온 것을 자랑하며 원장님이 뵙기를 고대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부모님이 나를 보며 말씀하신다. "어이고?... 운동 한번 갔다 왔나 보다~" 


아무튼 습관들이기는 힘들다. 처음 가기 전에는 그렇게 가기는 싫지만 또 갔다 오면 개운하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그걸 넘어서기에는 현재 가만히 있고 애초에 나가질 않으면 그런 개운함까지는 필요가 없으니 악착같이 나갈 의지까지 도출해 내기에는 생각보다 힘들...너무 힘들다. 원래 주말 빼고 매일 나간 나름 전적이 있었지만 어느새 한두 번 안 나가니 다시 예전 루틴으로 그냥 이리 침대 저리침대에 누워 늦잠 자버리는 것으로 계속 묻혀있었다.


언제는 안 그러겠냐마는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갈 때 다르다고 마음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하게 되면 하게 되는대로, 안 하면 더더욱 안 하게 되는 대로 몸도 같이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하루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해본다던지 도전해 본다는 것은 예전부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던 일상이력들을 아무리 훑어봐도 그런 기록은 없었기에 쉽지가 않다. 막말로 먹어본 X이 더 잘 안다는 표현이 비단 경험의 교훈뿐 아니라 시작과 유지의 측면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아무튼 이렇게라도 기록을 쓰게 되면 한번 나간 것을 두 번 나가게 하는 어쩌면 공개 선언과도 같아지고, 스스로 칭찬하는 보상도 줄 수 있다 생각하기에 남겨본다. 예전에 사놓고 먹다가 같이 중단한 단백질 보충제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원래 개선문 통과한 사람은 거실에서 타먹을 때도 자랑하면서 먹어야 한다. "어라라? 운동 한번 나갔다고 저것 봐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거창하게 분말 셰이크를 흔들어 제조하는 의식을 했다.


그런 생각도 든다. 맨날 남들한테 아니면 나한테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데 막상 "내가""몸소""실천"해본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기피하고 있어서 말에 신뢰가 가게 하려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조언을 해주든 자기가 겪어보고 이야기해주는 것이랑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은 천지차이인셈이다. 모든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서 강력히 주장하는 어떤 분야가 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일상의 루틴을 하나 더 첨가하고자 한다. 이전 미루기 전쟁 버전 0.1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올해 목표가 1.0 버전으로 전쟁에서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는 것임을 볼 때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스포이드로 한 방울씩 계속 떨어뜨리려고 한다. 뭐 가끔은 한 방울 떨어뜨리다 그릇 자체를 엎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건 미루기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계속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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