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Jun 05. 2024

게으름은 죄가 아니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9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구십 사번째



언제부터 아니 오래 전부터 나태와 게으름은 어느새 만악의 근원이 되었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오래된 격언은 당시에도 게으른 사람에 대한 멸시가 담겨 있음을 어림 진작 해볼 수 있다. 정말 게으름은 죄악이며 해서는 안되는 행동일까? 게으름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 묻는다면 마음속에선 "아니다"란 대답이 나올 것이다.




게으름은 때에 따라 굉장히 필요하고 어쩌면 반드시 삶에서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음을 볼때 게으름에 대한 각자의 정의를 다시 재고 해 볼수도 있지 않을까?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안나지만 능동적 게으름과 수동적 게으름이 존재한다. 흔히 싸잡아서 게으름을 죄악시 하는 것에 대해, 하기 싫어도 게으름을 피울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사람들은 괜히 불편하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예전에 어떻게 정의했는지는 모르지만, 게으름은 무기력에 또 다른 현상이며, 우울증에 여러 증상 중 하나임을 볼때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자신에 대해 자책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가 부과한 게으름 죄악화가 어느정도 기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일의 능률과 부지런 함 그리고 노력을 예찬하는 것은 당연하며 프로테스탄티즘(개신교적) 노동관은 종교개혁이후에 여러 인물들에게 전해지고 전해졌다.


루터와 칼뱅으로 대표할만한 직업에 대한 소명론은 신의 뜻에 따라 적극적으로 본인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일이라며 높이 샀고 이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더 큰 시너지를 내게 된다. 막스 베버도 이런 점에서 서구 자본주의에 기여 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아무튼 순기능으로써 인간의 자기 실현적 관점으로도 열심히 무언가를 일구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칭찬 받을 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의도치 않은 게으름이든 휴식을 위해 의도한 게으름이 열나게 움직이여하는 능력주의, 자본주의 가치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어느새 움직이지 않는 자들을 의지가 약해빠진, 능력없는, 무능한이라는 단어로, 우울증은 심지어 의지로 해결가능한 정신병으로 인식함으로 사람들의 소진에 앞장서게 된다. 정말 각잡고 이야기 하고 싶은 점은 그토록 복지에 대한 지출을 싫어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영국병"을 짚으며 사회의 책임, 모럴해저드에 대한 책임을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것까지를 본다면 어느새 자본주의가 뒤틀려 버린 것을 볼수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초대교회 공동체가 마르크스에게 영감 주었던 것과 같이 작금의 사태를 본다면 되레 루터와 칼빈의 직업소명에 대해 격렬히 비판할수도 있단 생각도 들었다. 물론 신학적인 논쟁을 들어가면 엄연히 다른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긴 하겠지만 여튼 노동에 대한 예찬은 좋으나 한 단면만을 보고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 노력이 부족하다고 전가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진다. 비관적인 측면에서 자살률이 탑을 달리는 우리나라가 잠깐의 여유조차 혐오하는 것을, 사당오락이든 야근을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장면은 자본주의의 요람이 되었던 유럽과는 차이가 분명하다. 산업혁명 초기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말그대로 갈아넣는 인력을 보노라면 그렇다. 그런 건 있을수 있겠다. 각 나라가 처한 위치나 환경에 따라 요구받는 능력이라던지 노동의 형태때문에 100프로 유럽과 맞을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증거로 납득될수는 분명 없는 것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 28절 예수의 어록-

이전 18화 미루기와의 전쟁 Ver 0.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