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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Jan 07. 2023

코로나 2번 확진자가 되었다

한 번도 억울한데 두 번이라니

어제 새벽부터 목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코도 한쪽이 막혔다. 최근에 만난 친한 동생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던 참이었다. 증상이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와 유사했다. 부리나케 여분으로 사다 둔 자가 진단키트를 찾았다. 사용한 지 거의 10개월이 지나 어디에 두었는지 가물가물했다. 5분 정도를 부엌 여기저기 뒤져 겨우 찾았다.


'어떻게 사용했었지..?'

한참 설명서를 읽고 과거에 해봤던 기억을 떠올려 멸균 면봉을 코에 넣었다. 평소 고통을 잘 참는 편이라 내 코임에도 면봉을 쑥 밀어 넣었다. 검사액에 면봉을 담그고 저으면서 코로나가 아니길 바랐다. 진단키트를 보며 15분을 기다렸다. 선명한 줄 옆에 잘 봐야 보이는 희미한 한 줄이 보였다. 두 줄이었다. 첫 번째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연한 한 줄 포함 두 줄이 내가 코로나임을 증명해 주었다. 이번에도 그래 보였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얼른 병원 가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아침부터 귀차니즘이 발동한 나는 어차피 코로나인데 가야 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요새 독감도 유행하고 있어 혹시 모를 일이었다. 지난주에 남동생이 독감에 시달렸다는 엄마의 전화가 생각났다. 증상이 코로나인 줄 알고 검사를 받았는데 독감이었다는 것이다.



가장 빨리 여는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검색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일찍 문을 여는 내과가 있어 나갈 채비를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미 작년에 코로나에 걸렸으니 두 번 걸릴 확률은 낮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입구에서 위생장갑을 끼고 인적 사항을 작성한 뒤 검사실로 들어갔다.


그동안 보건소에서 PCR 검사만 받다가 동네 병원에서의 검사는 처음이었다. 곧 내 코로 들어올 장대 면봉이 보였다.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많이 불편하실 거예요" 한마디를 하고 내 오른쪽 코에 그 장대를 밀어 넣고 사정없이 휘저었다. 난 정말로 고통을 잘 참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다. 작년에 심하게 앓았던 코로나의 고통보다도 크게 다가왔다.


아픈 코를 훌쩍거리며 20분 정도를 대기했다. 다른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시더니 혹시 자가 진단키트 양성을 확인하고 왔냐고 물었다. 나는 두 줄 중 한 줄이 연하게 떠서 왔다고 했다. 양성이 맞는다고 말씀하셨다. 예상은 했지만 앞으로 있을 고통에 불안했다. 진로를 받고 약을 처방받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가족 카톡 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 원래 오늘 동생의 생일파티를 친정에서 하기로 했다. 본가에 갈 때마다 자주 가는 단골 횟집이 있는데 맛있는 방어회 한 점을 먹을 생각에 오늘을 기다렸다. 새해도 밝았으니 올해 계획을 말하며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가족의 기운을 받고 싶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무엇보다 동생이 가장 서운해했다. 다가오는 설에 보자는 엄마의 의견에 동생이 왜 자기 생일과 설을 같이하냐면서 결국 다음 주 주말로 약속을 잡았다. 동생에게 미안했다.


이어 다음 주, 혹시 몰라 다다음 주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신년회 겸 오랜만에 보는 모임들이었는데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그들은 괜찮다며, 요즘 재감염이 높다는 이야기를 한 뒤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약속을 정리하고 나니 그제야 남편이 보였다. 남편은 어차피 본인도 감염이 되었을 거라며 서로 격리는 하지 말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 그다.



나는 방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아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제 뭘 해야 할까. 눈을 감고 지금의 내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고 목과 코는 불편하지만 오늘 할 일은 할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고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은 새해가 된 지 일곱 번째 날이다. 7일밖에 안 지났는데 70일, 아니 7개월은 지난 것 같다. 신년 계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다. 다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과 다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막말로 아직 7일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컨디션에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며 나 자신을 토닥인다. 그래도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보다는 증상이 나쁘지 않다. 이 정도인 게 어디냐 싶다.


'올해 얼마나 좋은 일이 많이 생기려고 그럴까?'

단순한 나는 이렇게 불안감을 설렘으로 바꾸어 버린다.




(코로나 재감염률이 높으니 모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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