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유독 많다고 느끼는 건 기분 탓이겠지
여름에 날파리가 많이 날아다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남해에 내려오고 나서 눈에 더 보이는 건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남해살이 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남의 집을 빌려 사는 거라 어지르지 않고 그때그때 정리를 하며 살고 있다. (집에서는 정돈이 느릿하다) 음식물이나 일반 쓰레기도 바로 종량제 봉투로 묶어두어 냄새 안 나게 지내고 있는데 날파리가 돌아다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는 중에 검정 날파리 한 마리가 흰 모니터 앞을 알짱거린다. 냅다 손을 휘둘렀는데 그새 사라졌다. 바로 잡아 없애고 싶지만 눈에서 사라져 일단 집중하기로 한다. 잠시 뒤 커피 한 모금하려고 컵 손잡이에 검은 그것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신경이 곤두섰다. 아니나 다를까, 키보드 위에 또 어슬렁 거린다. 그새 한 마리가 더 늘었다. 이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던 걸 멈추고 숨죽여 어딘가에 그것이 '안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 검정 녀석들, 가만히 있는 건 잠시뿐이고 계속 날아만 다니는 거였다. 쉬지도 않는다. 잠깐 기회인 것 같아 잡으려고 다가가면 이내 달아났다. 속도도 빠르다. 이거 원 나를 골탕 먹이려는 게 분명하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몇 번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들겼는지 모르겠다. 결국 잡지 못하였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더 이상 이걸로 체력과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너 마음대로 하고 살아, 내가 졌다 졌어"
20대 때 엄마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이었다(지금은 주체가 안방 남자로 바뀌었지만). 도무지 말을 들어 먹지 않은 딸내미에게 엄마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안 되는 걸 내 뜻대로 하겠다고 고집부렸으니 그런 말을 들은 거겠지.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게서 느끼는 엄마의 마음도 그랬을까.
고작 날파리를 보고 그때의 엄마 심정을 헤아리려는 내가 불효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