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만 되면 가슴이 철컹철컹
Part2. 직장 사람들 저한테 대체 왜 그러세요 ep.07
회사에서 부장과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지금의 안방 남자)가 대나무숲이 되어 주었다. 입사 초반엔 조금씩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불평은 점차 울분이 섞인 하소연으로 변해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힘들었던 어느 금요일 저녁, 나는 퇴근하고 그의 자취방으로 향하였다. 오피스텔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눈물이 펑펑 나서 한참을 꺼이꺼이 울어 버렸다.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눈물 자국만 가슴에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회사를 잊고 데이트에 열중하였다. 그러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다음날 회사 갈 생각에 침울해졌다. 처음엔 ‘더 쉬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직장인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라고 모른 체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감정은 심장 두근거림 증상으로 나타났고 급기야 심장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컨디션 난조에 부정적인 감정으로 출근하는 악순환이 생겨버린 것이다.
첫 증상은 수습이 끝날 무렵 입사한 지 3개월 차에 나타났다. 이때부터가 부장의 본격적인 비아냥 괴롭힘이 시작되었던 시기였다. 초반이니까 어떻게든 참아보고 넘기다가 6개월 차가 되었다. 그쯤 되니 부서원 다른 파트 여자 대리님이 알아봐 주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동기들이나 선배들에게 부장에 대한 불만을 실토해 봤는데 본인들이 당해보지 않았던 터라 그런지, 그다지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대리님은 달랐다.
“o부장 때문에 많이 힘들죠?”
사내 메신저로 그녀에게 메시지가 처음 왔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져 화장실로 달려 나갔다. 대리님과 나와의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부장이 내게 하는 행실을 보지 않고 있어도 귀로는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정도가 과하다 싶을 땐 나를 휴게실로 따로 불러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원래 그 부장 과거 다른 여직원한테도 그랬다면서, 그리고 한 명을 콕 집어서 쪽을 주거나 트집을 잡는다면서, 원래 그런 인간이라고, 그런 사람 말에 휘둘리지 말고 기분 상해하지 말라며 나보다도 더 내 마음을 돌봐주었다.
한 번은 대리님이 직속 상사인 여자 과장한테 어려움에 대해 말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였다. 같은 파트이고 오히려 가장 가까이에서 내가 당하는 걸 보지 않았겠냐면서 말이다. 물론 나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이유는 o부장이 과장님을 신뢰하고 늘 자기편이라며 애정 섞인 표현 하는 걸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내 어려움을 말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았지만 대리님의 조언대로 하루 날 잡고 과장님께 말씀드렸다. 과장님은 o부장이 내게 과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티를 내지 않아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하였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너무 힘들면 말을 하라고 하였다. 한번 털어놓고 나니 그래도 마음을 알아주는 이들이 생긴 것 같아 아직은 다닐만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상처에 곪아버린 마음은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금요일이 되어도 주말에 쉴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 나는 또 출근을 해야 하고, 또 부장을 마주쳐야 하고 나는 또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 또 나는 실수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 큰 소리를 들어야 하고 나는 또 왜 이럴까 자책할 게 뻔하였다. 처음 입사했을 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증발해 버린 지 오래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져 땅속 어딘가로 흡수되어 이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따듯한 말로 위로해 주는 이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두 번이 위로가 되지, 지속되는 부장의 괴롭힘으로 그들의 안쓰러워하는 눈빛은 되려 내 자신감과 자존감의 빛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3개월이란 시간이 또 어떻게 지나가고 있었다. 입사한 지 9개월 차, 이전엔 심장 두근거림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심장이 온몸으로 쿵쾅거릴 수 있다는 걸 느낀 주말을 보냈다. 월요병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