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만 패는 데 그게 저인가요?
Part2. 직장 사람들 저한테 대체 왜 그러세요 ep.06
입사 한 달 정도 지나자 할 수 있는 업무가 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은행, 국세청과 같은 금융 사이트에서 자료를 스크래핑하여 회계 프로그램 안에 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거였다. 그 외 프로그램 세팅, 업데이트 파일 관리, 개발팀 지원 업무가 부수적으로 동반되었다. 업무 특성상 코딩 값을 넣을 줄 알아야 하는데 학부 때 c언어와 비주얼 베이직 과목을 들어서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일은 배우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면 되어서 어렵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 이해도가 있었기 때문에 채용된 것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처음엔 나도 웃으면서 그러려니 하였다. 아니 모른 척하고 싶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걸 거야, 농담하시는 거겠지, 하면서 넘어갔다. 그런데 이젠 장난이라고 하기엔 횟수가 빈번하였고,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까지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부장은 나와 동기를 차별했다. 가장 먼저 알아차렸을 때는 호칭을 부를 때였다. 같은 여자 동기를 부를 때와 나를 부를 때 호칭부터가 달랐다. 동기한테는 “oo야~”라고 했다면, 나한테는 ‘야, 너, 쟤’가 기본이었다. 내가 실수를 할 때면 그 부장은 좀 더 강하게 성을 붙여 나를 자기 책상으로 불러들였다. 그러곤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혼을 냈다. 비슷한 실수를 해도 동기에게는 앞으로 잘하라며 주의만 줄 뿐이었다.
차별은 어느새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부장은 본인이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면서 부서 전체를 한 바퀴 순찰할 때가 잦은데(뒤에서 부서원들이 뭐 하고 있는지 감시하려고), 어느 날 지나가면서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직속 후배 과장한테 이렇게 말하였다.
부장 : 쟤는 눈썹 문신을 한 거 같지?
과장 :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부장 : 아니야, 한 것 같아. 야 김다인 너 그거 네 눈썹이야? 아니면 원래 그렇게 찐한 거냐? 문신한 거야? 짱구 눈썹 같다? 하하하캬캬하캬
나 :.... 제 눈썹 맞는데 오늘 좀 진하게 그려졌나 보네요. 하하하 (왜 웃고만 있어, 등신이니?)
부장은 가만히 일에 열중하고 있는 내 눈썹을 트집 잡았다. 아니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웬 갑자기 얼굴 지적? 그동안은 외모 지적은 없었는데 그날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한 번은 다 같이 점심으로 짬뽕을 먹고 있을 때 동기가 나에게 짬뽕 국물이 입가에 묻었으니 휴지로 닦으라고 알려 주었다. 그걸 들은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장 : 원래 네 얼굴이 아니냐? 핳핳하햨캬캬캬
그놈은 아무도 웃지 않고 있는데 혼자 큰 소리로 비웃었다. 혼자 웃은 게 멋쩍었는지 부서원들의 공감과 웃음을 유도하였다.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갈 테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러지 않으면서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것처럼 굴었다. 나는 어떻게든 트집이 잡혔다.
차별, 인신공격, 태도 지적 등 그러려니 참을 수 있었다. (너무 유치하고 많아서 하나하나 열거할 수가 없지만)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업무’였다. 아무리 신입이라고 하지만 회의 때마다 나를 제외하고 부르는 건 팀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서에는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세 명의 신입사원이 한 파트에 한 명씩 포진되어 있었다. 부장이 각 파트별로 불러서 회의를 진행할 때가 있는데 우리 파트에는 부장이 나를 빼고 회의를 진행시켰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늘 사수로부터 회의 내용을 전달받았다. 원래 그러는 거면 상관없지만 다른 동기들에겐 매 회의 때마다
“oo야, 너도 들어와야지”
라며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동안의 섭섭함과 서러움이 단전에서 끓으며 올라와 화장실에서 숨을 참으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부장은 회사에서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