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 안에 내 인생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최근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 - 10년 후 나의 모습은?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da--in221/14
10년 후, 지금 공부하는 명리학으로 성공에 관한 염원, 매일 글 쓰는 연습을 통해 매년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를 한 권씩 내는 작가가 되어 있을 거라고 다짐하는 글이었다. 멀고도 가까운 10년 뒤를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가까운 미래인 3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솔직히 10년은 와닿지 않은 기간이며 3년이 현실성 있는 미래다. 한 사람과의 연애도 3년이라는 세월은 절대 가벼운 기간이 아니다. 꾸준히 한 사람을 3년 정도 만났다고 하면 장기 연애의 축에 속한다. 그 3년을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생각보다 긴 시간인 3년이다. 이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의 10년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명리학자와 작가의 직업 말고 또 다른 분야를 도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질문을 받아 오늘 이 내용을 쓰는 게 신기하다. 바로 오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드라마 초급반이 개강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3년 안에 내 인생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싶은 것은 ‘드라마 작가’이다. 항상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내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일 수도 있는 소설이나 시나리오 작가 말이다. 히트 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쓸 수 있는 거지? 볼 때마다 동경의 대상이었다. 나는 내 이야기도 잘할 줄 모르는데 상상 속 허구의 이야기를 본인이 겪은 것 마냥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3월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이라는 자기계발 연애서적을 출간했다. 10년간의 연애 경험, 지금 남편과의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를 담으며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연애와 장기 연애를 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결혼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기술서라 제목을 칭했지만 내 연애 에피소드가 70퍼센트 이상 차지한다.(심지어 다 담지 못했다!) 원고를 처음 본 출판사 편집장님이 시나리오로도 괜찮을 원고라고 한 마디 하시는 순간, 뿅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 들어 머리가 띵했다. 그리고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받았다. 단순히 그 느낌 하나만으로 나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라마 작가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나 교육원을 검색했고 여러 군데와 비교해서 찾은 곳이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이다. 유명한 작가분들은 다 이곳 출신이었다. 그리고 학비며 당장 도전할 수 있는 시기 등을 종합해봤을 때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바로 입학 지원을 했다. 본래 면접 심사가 이어지는데 코로나라 방문 없이 공통 질문에 답하는 한 편의 에세이 심사로 진행됐다. 글 좀 쓴다는, 이야기 좀 잘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에세이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고는 싶었지만 내 실력을 알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합격을 했고 바로 오늘 5월 24일 63기가 개강하는 날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첫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할 거라는데 많이 설레고 떨린다. 두렵기도 하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잠깐 걱정이란 것을 해본다. 호기롭게 시작은 할 것이다. 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늘 첫 수업을 듣고 ‘아, 큰일 났다’ 할 수도 있겠다. 하다가 중간에 도망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해보는 거다. 뒷일은 생각 안 한다. 뒷일은 뒷일일 뿐 현재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본래 걱정을 잘 안 하는 타입이지만 걱정을 많이 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정말 ‘그냥’ 하는 것이다. 나는 ‘그냥’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한다. 별 의미 없으면서 나에게는 모든 걸 도전할 수 있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사람도 그냥 좋고, 그냥 싫은 사람이 있다. 일도 그냥 좋고 그냥 싫은 일이 있지 않나? ‘그냥’ 자체만으로도 이유가 충분하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은 이유가 딱히 없다. ‘그냥’ 일뿐이다.
그냥 해보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좋으면 하는 것이다. 시작은 그냥이지만 내 노력은 그냥이 아니다. 과정은 그냥이 되지 않도록, 허무하게 '그냥' 무산되지 않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과정과 결과가 괜찮다면 나의 3년 포트폴리오가 변화할 수 있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차라리 정해진 게 없어서 좋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지금의 시간에 감사하며 언제나 노력할 수 있는 내 열정에 감사하다. 오늘부터 새롭게 파이팅이다!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