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스스로 달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급 달리고 싶어졌다. 아니다. 책은 구실일 뿐이다. 구실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달리지 못했다. 걷는 편안함에 무척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나의 달리고 싶은 욕구는 올해 초 할 엘로드가 쓴 <미라클 모닝> 책을 읽고 나서부터 일 거다. 할 엘로드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집에서 무기력한 일상들을 보내고 있을 때 그의 막역한 친구가 달리기를 제한한 것. 한번 달려볼까로 시작한 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는 이야기다. 그때 문득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5km씩 걷는 방법을 택했다. 달리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몸과 머릿속에 즐비했고 무엇보다 힘들 거를 아니까 결국 쉬운 인생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요새 시간도 빠듯하고 마음에 여유가 부족해 운동할 시간도 약간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짧은 시간에 고효율을 내는 달리기의 욕구가 커진 것이다. 평소 걷기 1시간 5km 운동은 달리기로는 30분만 해도 목표 운동량이 비슷하다. 아니 30분 달린 게 칼로리 소모량이 더 클 것이다. 목표 달성을 하고도 남겠지.
그래서 달리기로 했다.
장소는 아파트 안에 원형 잔디 공원으로 정했다.
시간은 오후 5시.
나는 조금만 달려도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누가 내 얼굴을 보면 창피할 것 같아 5시가 좋다고 생각했다.
해 질 녘이라 어둑어둑해지면 내 얼굴 신경 안 쓰고 마음 편히 달릴 수 있겠지, 노을도 볼 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