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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Dec 24. 2021

한 과목을 제외하고 all A+를 받았다

성적표가 잘 나와 놀란 마음 진정 에세이

올해 9월부터 원광디지털 대학교 동양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하여 사주 명리학 공부에 발을 들였다. 전부터 쭉 관심 있는 분야라 사설 온라인 강의로 먼저 기초를 습득하였고 그 공부가 계속 흥미가 있어 학교까지 알아보게 되었다. 바로 대학원에 들어갈까도 싶었지만 성격상 '기초가 제일 중요하다' 마인드 덕분에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해 보자 싶어 학부 편입으로 결정했다.


원디대 동양학과 전공 서적입니다 ㅎㅎ


대학을 졸업한 지 7년이 넘었고 다시 전공을 선택하여 편입을 하다니, 너무 돈 낭비와 시간 낭비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지금 이런 선택을 한 내가 무척 자랑스럽다. 과거에는 성적대로 대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재수를 했는데도 선택권이 없었다. 선택권이 없을만하다. 어느 학과를 목표로 공부했다기보다는 서울의 SKY만을 목표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그 성적이 나오지 않아 선택은 당연히 서울에 있는 학교나 수도권에 있는 학교이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전공은 안중에도 없었고 나중에 전과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최대한 서울에 가까우면서도 인지도가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그렇게 원치 않은 경원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지금은 가천대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다. 원하는 분야로 미래에 업을 삼고자 그 학과가 있는 학교를 알아보고, 학교끼리 커리큘럼을 비교해 보고, 학교에 계시는 교수님들 이력까지 샅샅이 훑어보았다. 공부할 학교를 여기저기 분석하면서 직접 정한다는 게 이미 의미 있는 공부의 시작이 된 셈이다.


입학하고 수업을 한 강의씩 들으면서는 생각보다 수업이 재밌어 열심히 하는 나를 발견했다. 비록 디지털 대학교라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현장에서 듣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사주 명리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단순히 사주 풀이에 대해서만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명리학의 역사와 고전을 통해 어떻게 현세까지 학문으로써 자기 매김 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그 근원과 뿌리를 알게 되었다. 이 공부를 하는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과제도 정성스럽게 제출했다. 풍수학 개론 과제는 직접 흉한 조형물들을 발로 뛰며 조사하는 과제라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을 접목시켜 완성했다. 성명학 개론 과제는 내 이름을 분석하고 더 좋은 이름을 개명한다면 어떤 이름이 좋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치렀다. 예전에(나도 라떼인가) 과에서 차석을 해서 반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던 나였다.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시험을 본다고 하니 공부 기간을 며칠로 잡아야 하고, 몇 회독을 하고 시험을 치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억지로 기억을 끌어올려 2주 정도로 잡았고 그동안에 하던 일을 멈추고 약속도 잡지 않으며 시험공부에만 전념했다.

누가 디지털 대학교 시험이 쉽다고 했는가? 아무래도 온라인 시험이라 오픈 북을 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어떤 범위에서 나온 이론인지 알고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시간제한도 있어 오픈 북의 이득을 크게 보지는 못했다.


한 학기 동안의 결실이 드디어 나왔다. 2주 전에 기말고사까지 마무리하고 성적표가 나온 것이다. 성적표를 조회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부리나케 학교 앱에 접속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현재 학기 성적 조회를 클릭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많은지 기다림의 시간이 꽤 걸렸다. 떨리는 마음도 길어졌다.

성적표가 떴고 내 눈을 의심했다. 한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A+를 받은 게 아닌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처음 접하는 학문에 고전에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 공부하기 힘들었다. 우려했던 풍수학 개론 한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A+를 받은 것이다. 풍수학 개론은 공부할 때도, 시험을 볼 때도 늘 찝찝하고 공부의 깊이가 탐탁지 않았는데 A를 받아 내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점수였다. 전체적으로 잘한 성적이었고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낮과 밤이 스쳐 지나가 노력이 배신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쁘고 뿌듯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동양학과 성적표입니다ㅎㅎ


등록금을 선뜻 내어준 남편에게 달려가 성적표를 자랑했다. 정말로 잘했다고 등록금을 내줄만했다며 기뻐했다. 그런 남편에게 고맙고 나를 믿어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께도 성적표를 캡처하여 톡으로 보냈더니 내가 20대가 되어 대학생인 것 같아 당신의 세월이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기뻐해 주셨다. 어쨌든 가족 모두에게 축하를 받았다.

가족의 축하로만 끝낼 수 없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성적표를 자랑스럽게 업로드했다. 그걸 본 친구들과 지인들이 어서 사무실을 열라며 축하 DM을 받아 한 학기 성적표일 뿐인데 과한 축하를 받은 것 같아 기분이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듯 했다. 이러다 대학원까지 가면 난리 나겠는데? 싶다.


하고 싶은 공부를 진심을 다해 공부를 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서 그런지 기분이 남다르다. 진짜 무언가 이룰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고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미래가 그려지는 듯했다. 이제 겨우 반년의 시간을 공부했지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반을 위해 이 공부를 느리지만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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