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인 Jan 17. 2022

개명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할 뻔했다

고요한 일상에 가끔 터지는 말썽

골치 아픈 일이 터졌다. 본인 신용 정보 조회서를 발급할 일이 생겼는데, 3년 전에 개명을 해서 개명 전 이름으로 조회서에 찍혀 발급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민등록초본과 함께 제출하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단다. 주민등록초본에는 개명 전 이름이 적혀 있어 그동안 다른 기관에 나를 증명을 할 때 잘 써먹었던 방식이었다. 개명 후의 이름으로 적힌 조회서만이 허용이 된다고 해서 신용 정보 조회서를 발급하는 한국신용정보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런 금융 상담의 전화는 늘 대기 시간이 길다. 열일곱 명의 대기자를 보내고 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상담원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전 금융사에서 넘어오는 고객 정보를 취합하는 곳이지, 개인 정보를 수정하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개명과 같은 정보의 수정은 조회서에서 조회되는 카드사로 전화를 해서 한국신용정보원 인적정보를 카드사가 직접 변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명하고 나서 카드를 신규로 발급받아도 조회서에 찍히는 카드사만이 인적정보를 바꿀 수 있단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전하면 카드사들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해서 그 소리만 굳게 믿고 전화를 끊었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조회서에 조회되는 현대카드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대기하라는 목소리와 멜로디가 계속 이어졌다. 20분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연결이 됐다. 그래, 이제는 해결이 되겠지, 전 상담원과 통화했던 내용을 그대로 카드사 상담원에게 전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을 받았다. 자기네는 개명 후 이름으로 되어있단다. 변경할 사항이 없다고 한다. 나는 다시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연락받은 내용을 반복하고 반복했다. 결국 당신네 카드사에서 해야 한다고 계속 말했다. 한국신용정보원과 연결되는 전산망이 있으니 내부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 시스템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상담원은 더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는지 본인이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해서 끊었다. 불길함이 밀려온다.


평소 무음으로 해 놓는 핸드폰을 진동모드로 바꿔놓고 기다렸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책을 읽었는데 잘 읽히지가 않는다. 책을 보는 건지 곁눈으로 혹시나 울릴 핸드폰을 보는 건지 정신이 사나웠고 마음이 불안했다.

6시가 조금 넘어간 시각, 기다리던 진동 벨이 울렸다. 징글벨이 울리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아뿔싸.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상담원은 앵무새가 된 마냥 낮에 했던 말을 반복했다.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어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다.


“한국신용정보원으로 그럼 통화를 해 보시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알려준다고 하네요.”


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 내려고 했던 서류였기 때문에 이미 알아본 전적이 있다. 그때도 오늘과 같았다. 카드사에서 처리해야 하는 방법을 알면서도 한국신용정보원에 재차 전화를 걸어 더욱 상세하게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한국신용정보원 상담원에게도 말했더니 정 안되면 자기네 측으로 카드사가 직접 연락을 주면 설명을 해 주겠다고 해서 카드사 상담원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상담원이 당황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금융사끼리 통하는 전산망이 있을 것 같은데 내가 그걸 안다고 해도 직접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처음으로 개명한 것을 후회할 뻔했다. 다른 카드사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아서 척척 바꿔준다는데 현대카드만 이러는 건가 싶다. 아니면 카드사 내부 소통이 잘 안 되는 건가? 답답한 마음에 기업 조직의 전산망까지 의심하게 된다.


오후 내내 이것만 매달려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내일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야겠지만 왠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또 모르겠다고 하면 한국신용정보원 전화번호를 알려주어야 하는 것인가. 3년 전에 개명을 한 게 이리 말썽이 될 줄 몰랐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과목을 제외하고 all A+를 받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