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있는 남자가 술자리에 있다면
어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모임에서 호감 있는 남자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에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 작은 것들이 쌓이면 한방이 있을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해요. 연애 시작에 밑거름이 되는 자양분 같은 것 말이죠. 호감 있는 그 남자와의 술자리 모임이 있다면(굳이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고 끝까지 지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술을 마시면서 그 남자를 꼬시라는 걸까요? 단순히 그 남자를 술로 꼬시라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이 글을 보지 않겠지만요.
술자리에 있는 그 남자가 자리에 일어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라는 말입니다.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집에 일찍 들어가지 마세요. 너무 단순하다고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자리를 지킨다는 행위 속에 우리는 많은 걸 얻어낼 수 있거든요. 함께 있는 그 모임에서 그 남자를 끝까지 예의 주시하며 그 남자의 취향, 성격, 운이 좋으면 이상형까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일대일 대화도 할 기회도 얻을 수 있어요. 점차 그 남자 눈에 드는 거예요. 혹시 경쟁자가 있을지라도 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그의 곁에 앉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의 옆에 언젠가 빈자리가 생깁니다. 화장실도 최대한 가지 말고 눈으로 지켰던 그의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착석하세요.
옆자리에 앉거나 가까이 있다면 이것저것 자리에서 필요한 것을 말하면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세요. 예를 들면 휴지가 필요하다던가, 물 좀 달라고 한다던가.. 다들 느낌 오시죠? 자연스럽게 대화할 거리가 생깁니다. 은근슬쩍 개인적인 이야기도 남들 귀에 들리지 않게 비밀스럽게 할 수도 있고요.
불편한 모임이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어떠한 집단에서 호감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나요? 불편한 모임이더라도 호감 있는 상대가 있다면 참으라는 소리입니다. 설사 소개팅이더라도 함께 있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든다면 그 자리에, 그 공간에 우리는 오래 있고 싶잖아요.
모임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다른 일을 만사 제쳐두고 참석하는 걸 권유드립니다. 생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요. 그의 눈앞에 있어야 해요. 아직 친밀하지 않은 관계라면 자주 모임에 참석하여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을 높일 수 있어요. 그 사람 앞에 자주 출몰함으로써 그의 눈 안에 드는 게 중요합니다. 되도록이면 술도 잘 마시면 좋겠지만 자리를 지키며 함께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주량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지요. 20대 중반 학교 선배님이 불러 나간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이라 군말 없이 나갔죠. 당시 취업을 준비하는 저에게 밥을 사주실 테니 안 나갈 이유가 없었어요. 날이 추웠던 걸로 기억해요. 대충 겨울 잠바를 걸치고 논현역에 있는 야채 곱창집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친한 선배 외에도 더 나이가 많은 고학번 선배들도 있었어요. 이름만 알고 말로만 들었던 선배들이라 인사를 나눴고 함께 술잔을 부딪치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시간 정도 있었을까요? 계속 있던 자리에 한 오빠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학과에서 유명한 선배라 이름만 알고, 실물은 처음 봤는데 듣던 대로 잘생긴 호감형이더라고요. 점차 이야기하며 호감이 생겼습니다. 술이 그렇게 세지 않는 제가 그 자리에 더 있고 싶어서 화장실에 가는 척 근처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마시고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술이 약해 보이지 않은 척하려고 다른 사람들 것은 챙기지 못하고 일단 저만 마셨습니다. 어쨌든 거두절미하고 다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 술자리에 스며들었습니다. 장소도 바꾸고 자리도 이리저리 옮기게 되면서 마주 앉았던 그가 어느새 저와 나란히 앉게 되었어요. 우리는 술기운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서로가 호감이 되어 연락을 계속 이어나가다 연인이 되었습니다. (비록 오래가지는 않았지만요)
이 에피소드의 핵심은 숙취해소제를 먹고 술자리를 오래 버텨라가 절대 아닙니다. 저는 모임에서 마음에 드는 남성을 발견하였고 그 자리에 오래 있기 위해(평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긴 하다만), 평소보다 더 오래 있기 위해, 술에 취하지 않으면 내가 더 오래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숙취해소제까지 먹고 그 자리를 지킨 겁니다. 자리를 지키다 보면 분명 그와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것 같았고, 하나 둘 술에 나가떨어지는 선배들을 보면서 저는 말똥말똥한 정신을 가진 채(?) 그와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분도 술이 세서 다행이었지만요.
어쨌든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그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바로 연애하고 이런 건 아니죠. 그럴 수는 없죠. 하지만 나를 각인은 시켜야, 그 자리에 오래 있어야, 할 이야기가 많이 생기고 공감대도 쌓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남자 여자로 발전할지는 그 이후죠.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위해 밑바닥을 잘 닦아 놔야 한다는 겁니다. 도움닫기를 잘하려면 말이에요.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이 자주 참석하는 모임에 있다면 크나큰 행운입니다. 특정 목적의 모임이라면 모임 후 뒤풀이로 맥주 한잔하자고 제안해 보세요. 요즘 같은 시국에 4명 이상은 어렵겠지만 그 사람 포함하여 소수로 마음 맞는 사람을 모아 저녁이라도 한 끼 하는 거 어때요? 일대일로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면 이런 모임에서의 이성을 만나는 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추진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음주는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