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01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너무 소중해서, 말이 줄어들었던 거야

by 동룡

정연은 움직일 수 없었다.
형준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내 마음도 모르는구나 생각돼서 서운해.”
“이제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교문 앞 벤치에 주저앉은 정연은 그대로 얼어붙은 듯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앉아 있던 아이는 갑자기 폭발하듯 울기 시작한다.
마치 학교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수와 태연은 놀라서 정연을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괜찮아! 울어도 돼!”
“정연아, 우리 있어! 울어도 돼!”

정연은 정말 펑펑 운다.

이미 쌓일 대로 쌓인 감정이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수빈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려 하자,
민지가 단호하게 막아섰다.

“수빈아. 오늘은 그냥 집에 가 있어.”
의도 안 한 거 알아. 근데 지금 너, 여기 있으면 아무 도움이 안 돼. 지금 정연이는 네 존재만 봐도 불안해질 수도 있어.”

수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뒷길로 사라졌다.

한편, 동네 놀이터.
형준과 예린은 나란히 앉아 쭈쭈바를 입에 문 채, 말없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예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음은 아닌 거 알겠는데, 몸이랑 입은 완전 이별 선언하더라?
근데 진짜 마음까지 끝난 거면...

오늘 최수빈, 사망이었을 걸?
정연이 가운데 있어서 참은 거잖아.”


형준은 고개를 숙였다.
“성질나 죽겠는데...
무슨 말하러 오는지 뻔히 보이는데...
난 진짜 싫은데도 꾹 참고 있었거든...?
근데 그걸 몰라주고, 내가 속마음 말했더니... 변했대.
하... 진짜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

예린은 반대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정연이는 네가 엄청 잘해준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는 거네.
진짜 행복했겠지. 뭐… 진짜 공주님도 부러워했을 거야.”
학년 전체가 아는 사실이잖아?
근데 말이야… 그럴수록 서로 더 많이, 솔직하게 말했어야 해.
말 안 해도 알겠지~ 이런 거,
솔직히 다 착각이야.
둘 다 너무 소중하니까 말을 줄여버린 거지.”


예린은 고개를 돌려 형준을 본다.
“진짜 솔직히 말해봐. 정연이 없으면 살 수 있어?
진짜 전학 가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 같아?”

형준은 입을 꾹 다물더니, 조용히 말했다.
“… 그건… 진심 아니었어.

그 말은… 최수빈 때문에 욱해서 한 말이야…”

예린은 웃으며 말한다.
“정연이도 다 알 거야. 걔 눈치 없는 애 아니잖아.
그니까 네가 먼저 다가가서 안아줘.
'더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다가간다'는 말 있잖아?
난 그거 개소리라고 생각해.
가는 건 둘 다 동시에 가야지.
근데 네가 정연이보다 달리기 빠르니까, 먼저 뛰어줘. 그냥.”

형준은 푸흡, 작게 웃더니 한숨을 쉰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아폴로를 꺼내 하나는 예린에게 건넨다.

“이거 담배 대신으로 피우는 느낌 아냐?”


형준은 아폴로를 입에 문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답답하고... 속이 꽉 막히는 기분.
어른들이 이런 기분 느껴서 담배 피우는 걸까…
아님 그냥…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피우는 걸까…”

예린은 빙긋 웃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아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더 모를지도 몰라.
근데 너는… 지금 뭐 해야 할지 알고 있는 거 같거든?
용기가 없는 거지,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야.”

형준은 입에 문 아폴로를 슬며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아… 정예린… 너 민지 닮아간다. 정곡 진짜 잘 찌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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