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26화 시작은 오늘이 아니라 그날

너도 웃고, 나도 웃고

by 동룡

서울랜드로 향한 친구들이 모두 떠나자
학교 앞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버스 시동 소리가
멀리멀리 사라졌다.

대용과 지수는 학교 담장 옆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동네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초여름의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스치며
작게 바스락거렸다.

걷던 대용이 한참 침묵하더니
지수를 곁눈으로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


“지수야… 너는 진짜 범생이고, 성격도 좋고, 예쁘잖아.”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머뭇거렸다.
“듣기 싫을 수도 있는데…
애들은 너랑 민지, 태연, 정연이를 4대 여신이라고 부르잖아.
나 말고도 너 좋다는 애들 진짜 많을 거고…
그런데 왜 맨날 말썽만 부리는 나한테 마음을 연 거야?
솔직히, 나도 좀 신기해서.”

지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알긴 아네? 맞아, 너희는 진짜 못 말려.
나쁜 짓도 아주아주 많이 하고…
사고가 터질 때마다 꼭 너희 넷 중 한 명이야.”
지수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근데… 잘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닌 것 같아.
너, 나 진심으로 엄청 좋아하잖아.”

그러더니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


“그럼 넌 내가 왜 좋아?
네 말대로 4명이나 있는데?
아, 아니네. 3명이네.
정연이는 거의 뭐… 형준이가 미친 듯 좋아하니까.”

대용은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너는… 얼굴보다 마음이 더 따뜻하고 예쁜 것 같아서.
그리고 네가 막 행복해하면… 나도 그냥 좋아져.
같이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네가 나한테 말 걸면 하루가 재밌어져.”

지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썽을 부려?
맨날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알잖아.”


대용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서 농구부에 가면 좀 달라질까 싶어서 가는 거야.
연습하면 바쁘니까 이상한 짓 덜 하고…
근데 그러면 너 더 많이 못 볼 거잖아.
그건 또 싫고.”

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양손을 뒤로 모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달라질 수 있는 기회면 가야지.
내가 행복하면 너도 행복하다며?
그럼 우리 동시에 행복하게 만들어보자.
너도 웃고, 나도 웃고.
아마 형준이도 정연이한테 비슷한 얘기 들을걸?
둘이 은근히 닮았어.”

대용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지수를 바라보다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근데… 우리 이제 남친, 여친인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
너한테는 진짜 거짓말 한 번도 안 했어.”

지수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장난스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정말 멋있어져서 더 멋지게 고백해.
그때 내가 웃으면서 받아줄게.
지금은 아니야.
그 순간이 왔을 때, 그때 시작이야.
그때 내가 진짜로 ‘응’ 해줄게.”


대용은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농구부에서 꼭 성공할게.
진짜 멋있어져서… 네 앞에 다시 설 거야.”

그 후 둘은 동네 오락실로 가서 철권 대전을 벌였고,
지수가 연속 기술로 대용을 이기자
대용은 일부러 크게 놀란 척하며 넘어갔다.

구멍가게 앞 의자에 앉아 달고나를 뽑을 때도,
지수는 하트 모양을 끝까지 살렸지만
대용은 삼각형을 반도 못 가서 ‘딱’ 부러뜨렸다.
“야, 이건 진짜 운이야!”
지수는 웃으며 설탕 가루를 털어주었다.

서울랜드의 번쩍이는 놀이기구도,
붐비는 인파 속 소란도 없었지만,
이 하루는 둘만의 색으로 가득 찼다.

오늘의 대화와 웃음, 그리고 그 약속은
방학 내내 마음 한구석을 환하게 비춰줄 거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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