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너머, 다가오는 전쟁
두 거대한 배, 블랙 코메트와 크림슨 크로우가 무인도 해변에 나란히 정박했다.
선원들이 술통을 굴려내고, 고기 덩어리를 한가득 내려놓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오늘은 잔치다!”
“바닷바람 맞으면서 먹는 고기야말로 진수성찬이지!!”
그 틈에 아론과 아린 남매는 포옹을 나누며 웃었다.
“누나, 여전히 성격 고약하지?”
“네가 말 안 듣는 게 더 고약해.”
둘은 한참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불 옆에 앉은 카리나와 윤아도 한숨을 섞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우리 선장들... 진짜 답 없죠.”
“그래도 우린 왜 이렇게 따라다니고 있을까...”
둘은 동시에 허탈하게 웃었다.
고기가 익어가고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는 순간, 성곤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야!!!! 내 카페를 그리 날려먹어 놓고!!! 지금 파티할 분위기냐?!”
순간 술잔이 덜컥 내려앉고,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형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잔을 높이 들며 건배를 외쳤다.
“뭐, 일단 술은 마셔야지. 자, 우덕아! 이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다”
이야기를 들은 우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다!! 전투 준비하자! 블랙 코메트와 크림슨 크로우가 함께라면 충분해!
해적 연맹 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해 먹자!!”
순간 윤아가 얼굴이 벌게져 버럭 소리쳤다.
“아니라고!!! 이것들아!!!!! 제발 항해사들 말 좀 들어라!!!!”
형준은 태연하게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누나는 원래 이쁜데, 화낼 때 더 이쁜 것 같아.”
윤아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고기를 썰던 긱스가 들고 있던 칼을 낚아채며 형준을 노려봤다.
“그래?? 좋아,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항상 이쁜 모습만 보여줄게!!
이리 와!!! 아까 한 이야기는 귀로 듣긴 했냐?!!”
형준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 “에이~ 농담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나~ ” 하다가 결국 도망치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난리통 속에서 카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둘이서 싸우는 건 자유지만 영국·스페인 동맹에 대한 준비가 먼저예요! 그걸 해결하면 카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선장 회의를 열어야 해요! 지금 당장!”
윤아가 칼을 들고 형준을 쫓으며 소리쳤다.
“회의? 좋아! 내가 저놈 머리를 쪼개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성곤은 머리를 감싸 쥐며 절규했다.
“내 카페... 내가 왜 이놈들이랑 같이 있지...”
도망가던 형준은 윤아의 손목을 비틀어 간단히 제압하더니 뻔뻔하게 웃었다.
“우리 아름다운 항해사님들~ 선장 회의 소집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다들 알다시피, 저랑 우덕이는 선장 경력도 제일 짧아요.
‘모이자~’ 한다고 다들 모여주진 않는다니까?”
윤아는 이를 갈며 몸부림쳤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우덕이 고기를 씹으며 맞장구쳤다.
“그것도 그렇지. 다 모여서 저것들이랑 붙는다 쳐. 그럼 누가 해적연합 대장을 할 건데?
법으로 정해진 게 있거든. 해적연합은 오직 해적왕만이 이끌 수 있다고.
근데 그 해적왕?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
규만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투표 같은 거 하면 되지 않아?”
긱스가 고기 뼈를 능숙하게 발라내며 한마디 던졌다.
“투표는 하지. 근데 문제는 다들 자기 자신을 뽑아.
결국 표가 갈라지고 무효가 되니까 왕이 없는 거지.”
성곤이 머리를 탁 치며 외쳤다.
“아니!! 그럼 자기 자신은 못 뽑게 하면 되잖아!”
그러자 아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또 다들 기권해 버려요. 이러나저러나... 그래서 왕은 없는 거예요.”
그 순간, 형준의 허벅지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으아악!!!”
윤아가 악착같이 형준의 허벅지를 깨물어버린 것이다.
형준은 비명을 지르며 그제야 손을 놓았다.
윤아는 벌떡 일어나 고함쳤다.
“어쨌든!! 저 영국과 스페인 동맹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해적들도 끝장이야!
다른 해적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함께 싸울 준비라도 해야지!!”
윤아의 목소리가 술렁이는 무인도를 가득 울렸다.
“한마디로!!! 이렇게 술 퍼먹고 놀 시간이 없단 말이야!!!! 다들 빨리 떠날 준비를 해!!!”
순간, 술잔을 들던 선원들도 멈칫했고, 우덕과 형준도 잠시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