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오해, 커져버린 싸움
나래는 분홍 리본이 찢어진 루비코 의상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은 벌게졌고, 목소리는 떨렸다.
“안형준! 너지?! 내 리본 망가뜨린 거!! 당장 책임져!!!”
형준은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차가웠다. 그리고 말도 차가웠다.
“내 솜사탕은… 분홍색 아니야. 파란색이었어.”
정연을 향해 턱을 들며 말했다.
“정연아, 미안한데 메롱 한 번만 해줄래?”
정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혀를 쑥 내밀었다.
그 혀는 분명히…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형준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자, 봤지? 분홍 솜사탕은 나 아니야.
똑바로 알고 사람한테 덤벼. 왜 좋은 날 짜증 나게 해, 이 오타쿠야.”
순간, 교실 안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형준은 팔짱 낀 채 나래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나래를 훅 밀쳐냈다.
나래는 중심을 잃고 책상 모서리에 부딪힌 채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으… 흑…”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교실 한쪽에서 울렸다.
지수가 달려왔다.
“형준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세게 밀면 어떡해…”
민지는 한쪽에서 눈을 감은 채
"하아... 또 시작이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우덕은 형준 쪽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나이스 형준~! 그 마녀를 응징해!!”
그러자 태연이 우덕의 등을 퍽 내리쳤다.
“넌 그냥 입 닫고 있어!”
그 순간, 형준은 문을 벌컥 열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문제의 분홍 솜사탕 막대기는 이미 쓰레기통 속에 있었다.
성곤이 조용히 정연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그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신호였다.
‘정연아… 형준이 폭주하지 않게, 너만이 막을 수 있어.’
무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반은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