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밝혀지면 무엇이 남을까
1교시 바른생활시간.
선생님은 조용히 교탁 앞으로 걸어 나와 칠판에 주제를 적는다.
[오늘의 주제: 거짓말]
“여러분, 양치기 소년 이야기 다 알죠?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도 믿어주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교실은 조용했지만, 한쪽에서 형준이 슬쩍 말을 흘린다.
“양치기 소년은 몰라도, 카드 날리기 소녀는 있잖아요...”
아이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고, 선생님은 잠시 눈을 감은 뒤 형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형준이, 수업 분위기 방해로 벌점 1점이에요.”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거짓말을 하면, 그걸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죠. 그렇게 계속해서 쌓이다 보면, 결국엔 모든 게 드러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줘요.”
“그래서 오늘은, 혹시라도 거짓말을 했던 적이 있다면 용기 내서 고백하고, 상대에게 사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그리고 그 사과를 받는 친구는 바다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연습도 함께 해봐요.”
조용히 나눠준 작은 종이들 위에, 아이들의 연필 소리가 사각사각 울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은 그 종이들을 하나씩 걷는다.
첫 번째 종이를 펼쳐든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민지야~ 규만이가 전에 용돈으로 부모님 선물 샀다고 한 거 기억나지? 사실은... 게임 CD 샀대. 너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거짓말이래~”
민지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규만의 등을 ‘퍽’ 친다.
“이걸로... 용서 됐어요!”
아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다음은 형준의 종이.
“정연아~ 형준이가 네 짧은 머리가 더 예쁘다고 한 거, 그건 거짓말이래.”
순간, 정연의 볼에 바람이 잔뜩 들어가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형준을 바라본다.
“머리가 짧든 길든, 다 예쁜데... 그건 너무 뻔해서 안 했단다~”
선생님이 장난스레 덧붙인다.
정연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에 엎드린다.
아이들은 “오오오~” 하며 놀리지만, 정연의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간다.
우덕의 고백도 이어진다.
“태연아~ 인기투표 때 너 찍었다는 거, 거짓말이래. 사실은... 예린이 찍었대.”
태연은 살짝 눈을 흘기더니,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응~ 원래 알았어.”
그리고... 나래의 종이.
선생님의 눈빛이 살짝 무거워진다.
“나래가 이렇게 썼네요. 이번에 돌린 우정카드 내용은 거짓말이고, 진짜는... ‘다들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대요.”
한순간에 교실은 얼음처럼 조용해진다.
형준이 입을 연다.
“진실을 말하는 시간에도... 거짓말이냐?”
우덕도 거든다.
“그럼 나중엔 예린이 때리려던 것도 아니라고 하겠네?”
웅성웅성... 불편한 기류가 퍼져간다.
그 순간, 선생님이 교탁을 ‘쾅’ 하고 내리친다.
“앞으로! 우리 반에서 ‘우정카드’ 이야기는 금지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규만이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생님. 상처받은 친구들이 있어요. 최소한 공개 사과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형준도 말을 잇는다.
“맞아요. 방금만 봐도...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또 거짓말로 덮으려 했잖아요.”
우덕은 단호하게 말한다.
“상처 준 줄도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니까... 우린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잖아요.”
선생님은 조용히 출석부를 내려놓고 두 아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천천히 말한다.
“나래, 수빈... 잠깐 복도로 나가 있을래?”
교실엔 다시 조용한 긴장이 흘렀다.
이제, 누군가는 더는 숨을 수 없게 되었다.
다음 시간, 선택은 그들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