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행 편은 취소되고
입국수속에 몸수색은 물론 짐 검색 시 전과 달리 예사롭지 않다. 그냥 통과되는 게 없다. 행여나 터질까, 혹시나 폭발할까 싸고 또 싸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도 아내는 랩으로 칭칭 감고 무게를 조절하려고 넣었다 뺐다 하며 정성스레 꾸린 음식물 짐 보따리를 사정없이 헤쳐 본다. 그래도 이것은 안전과 국가이익 보호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라 여겨 견딜 만한 것이다. 로컬로 갈아타기 위한 과정은 더욱 가관이다. 소지품은 물론 몸 구석구석이나 하다못해 머리털 하나하나까지 검색봉 세례를 당한 기분이다.
그러고 난 후에도 7시간 후에야 타기로 되어있는 시간은 기다리기에 너무나 길고 지루하다. 때가 되니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시장끼를 달래기 위하여 무엇인가 먹을 것을 찾아다녀도 먹을 만해 보이는 것이 없다. 그중 낫다고 생각되는 것이 맥도널드이다. 역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줄도 길다.
우선 딸아이에게 전화하고 중간경과를 이야기하려니 공중전화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다. 두 번이나 돈만 먹고 불통이다. 전화 걸기는 일단 포기한다. 멍청하니 시간 가기를 기다리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한참 지나니 한 가지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비만의 사람들이 많구나. 살이 쪄도 많이도 쪘구나. 그렇게 맛없어 보이는 것을 저렇게 맛나게 마구 집어넣고 있으니 안 찔려야 안 찔 도리가 없겠구나. 저 사람들 몸에 맞게 옷을 마르는 사람들도 갈등과 고민이 많겠구나. 나라가 크다 보니 몸도 맘 놓고 한없이 크도록 내버려 두고 있구나.
여기서는 허리가 들어간 사람이 이상형이라 하기보다는 이상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여기서는 배가 나와 벨트 위로 약간 처져 나온 듯한 것이 오히려 보기 좋은 모습이라 해야겠구나. 만 얼마짜리 수박 한 덩이를 넣고 다니는 것처럼 볼록 튀어나온 배를 한 남자도 여럿이 눈에 띄었고, 머스크 멜론을 양 가슴에 달고 다니는 여자도 세어보기로 작정하면 심심찮을 만큼 될 것이다. 어떤 여자는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농구공을 달고 있는 듯해 단연 크기로는 제일이었다. 살찐 이들의 엉덩이는 대체로 애드벌룬에 한껏 바람을 불어넣은 것처럼 부드럽게 통통하고 발딱 위로 치켜진 듯이 부풀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몸으로도 잘 움직이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일하고 있었다. 이것이 미국의 저변에 깔린 힘이 아닐까? 무슨 이유에선지 미국의 힘은 이들이 밑에서 든든하게 받치고 있어서 유지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초침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초침이 땀 흘려 앞서 나가주기 때문에 분침도 끌려가고 시침도 무거운 걸음을 떼어놓는다. 넉넉해 보이던 시간도 반드시 흐르고 또 지나가게 마련이다. 탑승시간이 다가와 아이고 이제는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려니 30분 지연 사인이 나온다. 이유는 기상악화란다. 7시간도 기다렸는데 그까짓 30분이야 하는데 또 30분이 밀린다. 30분이 쌓여 2시간까지 연기되더니 더는 미안한지 비행 편이 취소되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