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귀염둥이 소정이
자두나무 가족의 막내둥이 소정이는 이제 두 돌이 조금 더 지났다. 태어났을 때부터 예쁘고 돌돌해 보여 가족 커뮤니티에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식구들이 보고 모두 좋아했으며, 그 사진만 보고 있어도 갖은 시름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돌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할 무렵이었으며 누구에게나 낯 안 가리고 잘 안겨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때는 특히 나를 잘 따라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나 보다 소리를 들어 내 기분도 쏠쏠했었다.
그로부터 1년가량 지난 지금 보게 되면 말을 시작했으려니 얼마나 더 재롱이 늘었을까, 누구보다 소정이를 대할 것이 더 큰 설렘이었다. 아마도 지수가 힘든 것을 무릅쓰고 먼 거리를 운전해오겠다고 한 것은 식구들과 하루라도 더 함께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소정이를 만날 욕심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아줌마 지수는 알겠는데 아줌마를 따라 들어오는 이 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 하는 눈빛이었다. 엄마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벌이는 몸짓이나 대화로 보면 괜찮은 사람들 같은데, 아이고 나는 모르겠다는 갸웃 거림이었다.
더욱이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로인데, 또 할머니 할아버지라니 아무리 어려도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듯 몇 번을 따라 부르도록 가르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친해지고 불리기 시작한 게 준수, '아찌야!'이었다. 이틀째인가 아내도 할머니 소리를 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을 때는 나만 찬밥이구나 싶었다. 작년에 봤을 때만 해도 세 사람이 동시에 팔을 벌리고 오라 하면 번번이 나를 택하던 소정이가 왜 그걸 까맣게 잊었을까?
그러나 나도 할부지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호칭은 없어도 시간이 흐르며 같이 놀아주는 정도까지 발전하여 집 앞 잔디에 나가 놀 때였다. 덩치 큰 단풍나무 뒤에 숨으며 소정이가 나를 찾도록 유도했다. 찾아 낼만 하면 나는 나무 뒤를 빙빙 돌며 몸을 숨기고는 했는데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던지 깔깔대며 따라 돌았다. 내가 먼저 지쳐 돌기를 멈추고 온몸이 드러나자 드디어 찾아내고야 말았다는 생각인지, 지가 이겼다는 뜻이었는지 두 손을 번쩍 들고 "할부지!" 하며 달려들었다.
소정이는 커가면서도 모습이 더 어렸을 때와 다름없이 예쁘다. 특히 눈이 맑고 기지에 차있다. 말소리는 영어를 할 때나 우리말을 발음할 때 모두 귀여움이 넘친다. 긴 말을 따라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영어 발음은 원음 쪽이어서 우리가 배워야 할 형편이다. 가끔은 입 속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는데 아마도 새로이 들은 말을 혼자 연습해 기억해 두려는 모양이다.
소정이가 가끔 장난스레 팔을 크게 휘두르며 걸을 때 보면 활동적인 면모가 숨어있음을 느낀다. 『산토끼』와 『나비야』는 끝까지 혼자 노래하며 춤춘다. 다른 무엇을 하다가도 음악만 들리면 거울 앞에 서서 몸을 유연하게 흔들며 댄스를 한다. 때로는 저만 하는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도 따라 하도록 하고 따르지 않으면 지적한다고 한다. 잘 한 듯한 것을 보고 박수를 치지 않아도 일일이 지적 대상이라 한다. 후에 커서 맏언니로서 발휘할 리더십의 자질이 엿보이는 것이라 할까.
이제 한 달 후 우리 작은 애가 출산을 하면 소정이는 막내를 면한다.
소정아! 튼튼하고 똑똑하게 잘 자라 자두나무 가족의 큰 인물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