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자두나무 ¹ 기념식수
2004년 5월 23일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
미시간주 한적한 동네 소정이 집에 주축멤버 3대(三代)가 모여 살게 되고 또한 서울식구가 처음으로 이 집을 방문하여 여러 가족이 한자리에 북적이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특별히 기념될만한 일 일수도 있다. 그것을 기리기 위하여 자두나무를 심자는 소정 엄마의 제의는 누구도 공감할 기특한 생각이었다. 마침 집 뒤에 정원을 새롭게 꾸미려는 계획이 있던 때이라 나무를 심을 만한 공간도 이미 마련되어 있던 터였다.
문제는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묘목이 쉽사리 구해질지가 의문이었다. 우선 나가서 알아보기로 하고 남자들 4명이 모두 한차에 몰아 타고 출동했다. 이곳 실정에 생소한 준수와 나는 호위병처럼 따라나섰다.
처음 찾아간 곳은 집을 꾸미는데 필요한 물건들만 주로 모여있는 몰(mall) 가운데 루이스(Low'es)라는 곳이었다. 왼쪽 끝에 위치한 너서리(nersery)가 각종 화초와 묘목들을 파는 곳이었는데 우리가 자두나무로 알고 있는 「plum」이라는 이름이 붙은 묘목이 4, 5개 있었다. 지금은 기억에 없으나 앞에 한두 마디의 수식어가 붙는 이름들이었는데, 한국에 있는 품종과 달리 잎에 온통 자주 빛 도는 종자들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시 찾아간 또 다른 한 군데가 홈 데포(Home Depot)라는 곳이었는데 여기는 마침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것과 똑같은 것이 눈에 띄어 반가웠으며, 누구나 이것으로 정하려는데 이의가 없는 눈치였다.
널찍한 뒤뜰 한편에 심을 자리를 마련하고, 기념식수인 만큼 남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번갈아 가며 구덩이를 팠고, 함께 사온 밑거름을 제자리의 흙과 잘 섞어 넣은 다음, 묘목의 생김을 감안하여 방향을 잡아 정성스레 묻어줬다. 꼿꼿하게 묻힌 나무를 중심에 놓고 식구들이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함으로써 식수는 끝났다. 심기를 마친 뒤 이 집주인 승연이는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고,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지만 매년 성장보고를 커뮤니티에 올리겠다고 했다.
돌아오면서 보니까 LA의 처사촌 집에도 꽤 큰 자두나무에 열매가 풍성하게 열려있어서 보기 좋았으며, 로스알토스힐 작은 처남 집 앞에는 높이 6, 7미터나 되는 자두나무가 이정표처럼 서있었다. 빨간 자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가끔은 사슴이 내려와 따먹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그대로 놔두고 관상해도 유용할 터이지만 익는 대로 몇 개씩 따다가 식탁에 올려 후식으로도 좋을 것이고, 자두 술을 담갔다가 가족모임에 사용하면 참 별다른 뜻이 있을 듯하다.
그러고 보니 서울본부에만 자두나무를 갖춰놓지 못한 것 같다. 묘목이야 튼실하고 보기 좋은 것으로 얼마든지 골라잡을 수 있겠지만 모두들 아파트나 빌라형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지키고 가꿀 터가 따로 없는 것이 어려움이다.
그러나 뜻만 있다면 관리실에 특별히 부탁하여 안될 것도 없으리란 생각이다. 내년 식목일쯤에는, 아니면 동연 기연이가 모두 있을 때쯤 해서, 그것도 아니면 내후년 수지 본부장의 은혼식을 기리는 뜻으로 또 다른 기념식수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¹자두나무
처가 쪽이 오얏 리(李) 자 이 씨여서 가족 커뮤니티 이름이 자두나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