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경성과 현대 사이
모던 책장처럼 내 삶이 저렇게 분리되고 간결하고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일본의 패전을 기억하는 서구사람들은
작금의 일본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대단히 놀라워한다.
<패배를 껴안고>는 거의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 미국 역사학자가 2차 세계대전 후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고증적 내용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저서다. 일본이 패전 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지금까지 숭배해 온 것을 모욕하고
모욕해 온 것을 숭배하는 철저한 인습 타파의 감각이 잠을 깬 것”이라고 평가한다(313).
일본을 향한 서구사람들의 시선이다.
과연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기계처럼 행하는 습관적 감각을 얼마나 깨우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우>는 오태학이 군에 입대한 후 그린 작품으로, 선과 면이 복잡하게 얽히고
수묵과 채색이 교차하는 배경에 선
군인들의 모습은
마치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속에 놓인 듯하다.
내 삶이 이와 같은 기로에 놓인 것 같다.
발을 질질 끌며
전진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데 앞은 보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