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이야기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는 짧은 단편이다.
짧지만 언어의 응축과 상징으로
대단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어터슨 변호사는
자신의 친척(엔필드) 때문에
하이드에 관한 이야기, 첫 번째 만행을 듣게 된다.
하이드가 어떤 꼬마 여자아이를
인정사정없이 짓밟은 후 그가 들어간
집, 특히 대문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저 집은 공갈 협박의 전당이라는 얘기죠...
사실 집이라 부르기도 좀 그렇군요.
저 문 외에 다른 문은 없습니다. 그 사건의 남자가
아주 드물게 드나들 뿐, 저 문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악의 화신인 하이드 씨와 그의 집을
동일시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문은 그 집의 가장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가장이 얼마나 돈을 잘 벌어오는지,
가장이 얼마나 인품이 있는지 말이다.
하이드 씨는 자신의 내면이 사악하기 때문에
보이는 외면인 집도
음산한 분위기를 띤 뒤골목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는 다르다.
겉으로는 번지지르하고 윤이 나지만
속은 알 수 없다.
차라리 하이드처럼 힌트라도 주면 안 되나
얼마 전 배신과 모멸감으로 치를 떨게 한 자도 현대의 하이드와 같았다.
외면은 그럴싸하고 속은 하이드처럼 음흉스럽고 기형적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