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역량 강화-맑고 은은한 차(茶) 향기 품고 싶다
맑고 은은한 차 향기
회사에 손님이 방문하면 되도록 커피 대신 우리 차(茶)를 대접한다. 대화가 쉽지 않을 듯싶은 어려운 손님에게는 더 그렇다. 같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더라도 인스턴트커피를 탈 때와 차(茶)를 낼 때의 마음이 다르다. 차를 우리는 동안 잠깐이나마 내 마음속에 솔바람이 일고 맑은 물이 흐른다. 상대방은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렇다. 사무실에서 커피포트에 끓인 물로 차를 마시는 건 다도(茶道)를 지킨다고 할 수 없다. 형식은 그렇지만 내 마음은 다도(茶道)를 쫒는다.
비록 물 끓이는 방법은 다르지만 잔만큼은 옛것을 따르고 싶어 사치를 부렸다. 다기(茶器)를 테이블에 놓고 커피포트 물을 끓인다. 자기(磁器) 주전자 안에서 은근히 끓어오르는 소리는 실개천이 흐르는 자연의 음향(音響), 찻잎 우러나는 향기는 이른 아침 숲 속을 지나는 안개 내음이라 생각하면서. 언젠가 전남 장성 축령산 자연휴양림에 들러서 찍은 사진이 다시 그 숲을 데리고 온다.
전남 장성 축령산 자연휴양림다도(茶道)의 핵심은 잘 끓은 물과 좋은 차를 적절히 조합하여 마시는 것을 말한다.
차를 좋아했던 옛사람들 이야기를 살펴보면 차를 마시는데 얼마나 큰 정성을 기울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어떤 다도(茶道) 책을 펼쳐 들면 꼭 나오는 <초의선사> 이야기, 초의선사는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와 깊은 교분을 나눴던 사람으로 차의 신(神)이라고 불린다. 그는...
겨울에는 찻잎을
주전자 바닥에 먼저 넣고
끓는 물을 붓는다.
여름에는 끓는 물을 먼저 붓고
물 위에 찻잎을 띄운다.
봄, 가을에는 끓는 물을 절반쯤 붓고
찻잎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다시 물을 붓는다
..라고 했다.
지금은 여름. 초의선사의 다도(茶道)에 따라 찻잔에 끓는 물을 먼저 붓고, 그 위에 찻잎을 띄웠다. 솔직히 초의선사가 언급한 겨울 茶와 여름 茶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가 말한 다도(茶道)에 따라 차를 우려내는 동안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리된다. “가장 강한 사람은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지. 나도 이런 사람이라고!!!” 뱃심이 생긴다.
전남 하동 녹차 꽃전남 하동 녹차 꽃이다. 단아하고 다소곳해서 에너지가 더 느껴진다. 보성 하동 등지를 비롯해 모든 ‘녹차는 아홉 번을 덖어야 제 기능을 한다’고 한다. 차는 뜨거운 불에 덖지 않으면 독성이 있어 기를 쇠하게 한단다. 옛 문헌에 따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우리 체질에 맞는 차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바로 아홉 번 가마솥에 덖는 구증구포(九蒸九曝) 제다법이다. 쇠든 차(茶) 독성을 없애고 맑아지려면 불 속에서 담금질이 필요한 모양이다. 징과 꽹과리도 뜨거운 화덕 속에 수백 번을 들어갔다 나와야 천지간을 울리는 소리가 된다는데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싶다가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나 쫌 괜찮다!” 내 어깨를 다독인다.
다음 이미지다음 이미지에서 발췌한 사진이다. 홀로 쇠를 치는 사람은 꽹과리의 神으로 불렸던 고 김용배다.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과 함께 들판에서 길에서 놀던 풍물을 실내로 들여와 <사물놀이>로 성사시켰던 김용배는 일찍 스스로 생을 마감해버려 전설이 되었다. 고 김용배는 좋은 소리를 갖기 위해 꽹과리를 만드는 공방에 나가 일일이 간섭했다고 한다. 금(金)을 섞어야 맑은 소리가 난다며 주머니를 쥐어짜 <금 쇠>를 손에 쥐었고, 더 좋은 소리를 잡기 위해 강변 모래사장에 나가 쇠를 발로 자근자근 밟아가며 순하게 다스렸다고 한다. 마음 역량 강화는 이렇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을 스스로 담금질하는 것.
그러고 보니 마을이든 마음이든 역량 강화의 핵심은 스스로의 근육을 키우는 것. 여주시 상대 1리 광대 2리 주민 역량 강화에 풍물 강습이 있는데 교육 때 나도 쇠를 한번 잡아봐야겠다. 신념 강화를 위해서.
신념을 갖지 않는 한, 남에게 신념을 줄 수 없다.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는 한, 남을 설득시킬 수가 없다.
-매슈 아널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