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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안유 Jun 17. 2021

재수 끝에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한 번에 안 붙기 참 다행이다

 불합격 소식에 비로소 보인 단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 첫 번째 도전장을 냈을 때는 좀 의기양양했었다. 뭘 믿고 그랬는지 당연히 될 거라 여겼다. 그런데 날아온 건 불합격 통지서!   <신청서에 성심성의껏 적어주신 내용을 고심하여 검토하였으나 보내주신 신청 내용만으로는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모시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받고 제출했던 내 작품(?)을 읽어봤다.      

작품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구절들이 여기저기 꽂혀 있고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 읽기에 불편했다. “홍안유 브런치에 무슨 짓 한 거니?” 글을 읽어주실 분들의 눈높이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으니 어떻게 내 숨소리를 알아차린다는 말인가. 얼굴이 뜨거워졌다. 문득 어디선가 읽었던 루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잘못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부끄럽지 않게 잘못을 고쳐야만 한다. 냉정한 평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면서 재도전의 의지를 다졌다. 처음 신청서를 낼 때보다 더 격하게 밀려오는 글쓰기의 욕망. 한 번에 붙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홍안유 한 번에 붙었다면 어쩔 뻔했니? 넌 참 복도 많다. 그런데 재도전의 글은 뭘 쓸 건데?” 


뭘 쓸지 심장에 불을 붙이는데 라디오 FM 방송에서 들었던 나훈아 노래 <사내>가 생각났다. 하루하루 “긴가민가하면서 조마조마하면서 설마설마하면서 부대끼는 내 인생”이 딱이다 싶다. 인생 후반전 길목에서 시원찮은 글 때문에 불합격 문자를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브런치 작가 되기> 한 번에 안 붙어 참 다행이다. 


난 아직 출간 작가 아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면면을 보니 책 한두 권은 기본을 낸 출간 작가다. 내가 좋아하는 ‘공무원 덕림 씨’도 브런치에서 회자될 만큼 좋은 책을 내신 참 자랑스러운 작가님이다. 지인들에게 핸드폰을 열어 ‘공무원 덕림 씨’ 글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유명한 분들 알고 있어 좋겠다 부럽다..라는 반응이다.    

  

누군가의 자랑이 되는 사람. 내가 꿈꾸는 나다. 딸이 “우리 엄마가 쓴 글 한번 볼래” 친구들한테 자랑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어느 순간부터 딸이 나를 키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까지 키워줬으니 이제 엄마를 보살피겠다는 내 딸 라운 편지가 나를 울린다.     

  

살다 보면 바닥을 칠 때가 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최악일 때 그 순간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다. 그럴 때 나를 이끌어 세상에 올려놓은 사람이 라운이다. 보드라운 살결이 너무 연해서 꽉 보듬어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조그만했을 때도 무한 에너지를 줬던 라운이 지금은 더 큰 힘을 주고 있다.  어느 때는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조마조마 설마설마 외 줄을 타는 내 양손에 균형 잡을 막대기를 건네준 <참 괜찮은 사람>.


틈이 날때마다 보내오는 라운 손편지


라운 편지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엄마 책>으로 화답하고 싶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세상의 모든 딸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길이 멀다는 걸 안다. 브런치 작가의 반열에 든다고 해도 쟁쟁한 작가 대어들 틈에서 나는 작은 멸치다. 그렇지만 열심히 꼬리를 흔들어 조금씩 꾸준히 전진할 것이다.  

    





출처: 다음 이미지



바닷물 속에서 멸치가 반짝이는 건 꼬리 때문이다. 큰 물고기로 사는 건 그다음 문제. ‘진심으로 꼬리를 치면 넘어오더라’는 말을 믿으며 나는 오늘부터   브런치 바다 항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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