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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안유 Jun 21. 2021

내가 채워야 할 리더의 역량과 품격

판매란 상품이 아슬아슬하게 뜀틀을 넘는 것 같으나

뛰어넘는 일이 실패하면 자빠지는 건 상품이 아니라 

바로 그 상품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 마르크스; 엥겔 전집 -  



얼마 전 회사에 큰 손실이 있었다. 사람을 정확하게 보고 그에 맞는 일을 줬으면 됐을 일을 잘못 판단해 큰 곤경에 처했다. A 지자체 축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책임자를 선임했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 품질에도 문제가 있었고 납품일까지 연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추진 일정에 따라 보고서를 받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멈추라는 신호가 왔다. 하지만 무시하고 직진했다.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끊어야 하는 시점이 여러 번 있었는데 “보완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앞서 미루고 또 연기했다. 결국 납품일을 다시 조정하고 새 연구진을 짰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 상품보다 사람이 더 큰 상처를 입는다.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딱지가 져서 떨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우리 회사가 주력하는 콘텐츠는 공공기관 교육/축제 개발/역량 강화 등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무형의 상품이다. 어찌 보면 손에 잡히는 유형의 상품보다 더 크고 무게가 나간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기획하고 실행할 때 신중하게 접근한다. 노력하고 있음에도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꽤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한다. ‘실수는 자만을 예방한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손자병법 경영 전략>을 또 펼쳐봤다. 

     

“판매란 상품이 아슬아슬하게 뜀틀을 넘는 것 같으나, 

뛰어넘는 일이 실패하면 자빠지는 건 상품이 아니라 

바로 그 상품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오너가 상처를 입으면 직원도 상처를 입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뜀틀 뛰어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무릎이 시큰거리고 심장이 터질 만큼 뜀틀 뛰기 연습하려고 한다. 나를 넘어서야 오판(誤判)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에. 


붕어빵 이론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아빠와 아들이 똑같이 닮았을 때 붕어빵 같다고 한다. 그런데 붕어빵 부자를 보면 행동도 닮았다. 아빠가 밥 먹을 때 다리를 떨면 아들도 밥 먹을 때 다리를 떤다. 말투도 닮았다. 아빠가 자주 사용하는 말을 아들도 자기도 모르게 툭툭 던진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 붕어빵 이론이 혈연관계인 부자(父子)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싶다. 


직업상 공공기관 교육 현장을 많이 간다. 자연스럽게 각 지역의 단체장을 만나는데 이분들 일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재미있는 건 단체장에 따라 결이 다른 조직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N 시(市) 단체장은 회의도 서서 할 정도로 늘 새로움과 다른 생각을 강조한다. 교육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할 때 참신하긴 한데 실체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속도를 초과한 로켓이 쌩하고 지나간 것 같다. 뭔가 말하기는 했는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하는 공무원 일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내실보다는 이미지에 치중한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담당 직원도 단체장을 닮아 내실보다는 외형에 치우치는 면이 보여 “그 단체장에 직원이란 말” 평이 저절로 나온다.


시간 지키는 것도 닮는다     


얼마 전 두 지자체 교육을 비슷한 날짜에 했다. p 시(市) 단체장은 특강이 있는 날이면 약속 시간에 정확히 오셔서 특강에 임하는 직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와 방향을 전달하고 가신다. 그래서인지 교육 참여자도 시간을 지켜 참석을 잘한다. 이렇게 단체장부터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면 강사도 시너지가 나서 교육 효과가 높다.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의가 고스란히 강사에게 전달되어 흥이 배가된다. 이렇게 역량 강화의 첫걸음은 약속된 시간을 지키는 데서 시작한다.    

  

G 시(市) 단체장은 특강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한다. 워낙 하시는 일이 많다 보니 변동 사항이 잦다. 지역주민과의 면담도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고 지역 발전 사업이 여러 개 동시에 추진되다 보니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안다. 그래도 모시기 어려운 강사를 초빙해서 교육하는 입장에서는 이건 아닌데 싶을 때가 많다. 10분 정도 늦게 오실 거라는 연락을 받으면 늦게라도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과 강사와 교육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교차한다. 대한민국에 바쁘지 않은 단체장은 없다. 시간을 지킬 수 없는 사유도 충분히 정당하다. 이해도 간다. 문제는 단체장의 시간 지키기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는 점이다. G 시(市) 특강 때면 이런저런 사유를 대면 불참하거나 지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리더의 태도에 따라 해당 지자체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   

   

나를 닮은 직원님  


나는 참 털털하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일이 많아서 사소한 걸 자주 놓치는데 직원들이 이런 나를 닮았다. 교육 현장에 반드시 갖고 가야 할 것들을 챙겨가지 않아 회사의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 전에도 꼼꼼하게 챙겨가야 할 서류를 놓쳐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무능이란 말이 뼈를 때린다.      


직원은 은연중 오너를 닮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강아지도 주인 닮는다는 말이 나왔을까. 최근 우리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례들을 공유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는 복기(復碁)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바둑 기사들이 대국이 끝난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놓았던 ‘돌’을 되짚어가면서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노력, 이것이 진정한 역량 강화라고 생각한다. 경영자로서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정확히 판단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각성이 또 한 번 무겁게 어깨를 누른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이익을 다투는 일이야 말로 

천하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 손자병법 경영 전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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