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기차

# 사랑, 그 여백 33

by 김백


목련기차



당신은 지나가요 검은 잎의 그늘 밑을 소리치며 지나가요 나는 안개의 문장처럼 흔들리며 서 있어요 당신은 자꾸만 지나가요 잠이 깨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계절과 검은 잎들이 잠을 덮어요 하늘의 빈터를 걷는 당신의 손이 차가워요


지나가지 말아요 풍경이 한 겹씩 지워져요 잎이 자란다는 말 거짓이에요 계절은 투명한 젖빛 당신은 위험한 선로를 따라가고 있어요


사랑을 깨물던 입술이 톡톡 터져요 백설 같은 달빛이 쏟아지던 밤 당신의 외투 깃에 고여 있던 계절을 붙잡으려 했어요 손끝에 베인 것은 조각달의 슬픈 파편이었죠 내가 놓쳐버린 것이 당신의 봄이었나요


비틀거렸어요


속삭임은 더 이상 발아하지 않아요 봄비에 함빡 젖은 기차간에 마주 앉아 함빡 웃었던가요 샤갈의 밤은 너무 캄캄해서 우리가 지워졌나요 유리와 유리 사이 뺨을 만지는 당신 손이 차가워요


신호등의 눈짓처럼 점멸하던 사랑이 지나가요 기적이 삼월의 하늘을 톡톡 두드리면 해독할 수 없는 비문들이 손바닥에 쌓여요 젖은 눈은 손을 흔들어요


당신은 지나가요

삼월의 울음 속으로

자꾸만 지나쳐요 우리의 정거장을 지나가지 말아요 6시에 당신은 지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