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점심은 엄마가 준 나물로 비빔밥을 해서 맛있게 먹었어. 덕분에 한 끼 간편하게 해결! 고마워.
엄마도 직장 일 하느라, 집안일 하느라 고단하고 분주할 텐데 전화하면 늘 반찬 뭐 먹고 싶은 거 있는지부터 물어보잖아. 나도 이제 요리경력 8년 차라 제법 쓸만하니까 딸네 집 반찬 걱정은 안 하고 살아도 괜찮아. 정말로!
휴직 후 전업주부 모드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요리 실력도 조금씩 느는 것 같아. 워킹맘으로 살 때는 시간에 쫓겨 허덕거리느라 새로운 음식은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그저 한 끼 건강히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요리했으니까 말이야. 일도, 육아도, 살림도 온 에너지를 다 바쳐서 했지만 그중 아무것도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없었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숨이 가빠. 그래서 가끔 전업주부의 삶을 동경하기도 했구.
그리고 지금, 휴직 그것도 무급휴직을 한 덕분에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보게 됐잖아. 전업주부는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 가고 있어. 전업주부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자기 생각과 쉬지 않고 싸워야만 해. 불시에, 수시로,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존재 가치’에 대한 물음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세우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