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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112. 생선(Fish)

by nice guy황준영

112. 생선(Fish)


저녁 밥상에 아내가 차려준 생선 구이가 올라왔다. 그런데 그 맛이 미국에서 있을 수 없는 예전에 내가 차례상에서 먹었던 그 맛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 넘어온 말린 생선을 기름 없이 후라이팬에 올린 후 뚜껑을 덮어 약한 불에 구웠다고 했다. 우리는 정신 없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맛은 10년전 한국에서 제사와 명절 차례를 지낼 때만 먹을 수 있었던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먹었던 스페셜 했던 생선 구이라는 것을..

우리 할머니는 명절 1~2주전에는 시장에 가셔서 조기, 명태, 병어, 북어 등 싱싱한 생선을 사와 깨끗이 손질 해서 바람이 잘 드는 곳에 파리가 들어 오지 못하는 망에 넣어 자연 건조를 하셨다. 그리고 큰아들 내외는 나물 및 기타 차례상을 준비했고, 작은 아들인 우리 집은 동태전, 동그랑탱, 고추부침, 두부, 호박부침개 등을 준비해서 명절에는 다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그렇게 7살 때부터 지내온 집안행사는 큰아버지가 돌아가시, 할머니가 편찮으시고, 장남인 내가 결혼 후 멀리 떠나 오면서 역사속으로 묻혔다. 그런데 오늘 먹은 생선이 내 역사 속 한페이지를 떠올리게 해준 것이었다. 그까지 생선이 뭐라고,,, 할 수 있지만서도 내 기억속 생선은 아주 특별한 했다.

자식들 먹이려고 항상 스스로 손질 했던 할머니 모습, 천호동 할머니댁 청원연립 반지하에서 연탄 가스 마시면서 구웠던 생선, 간이 안된 생선을 찜통에 쪄서 간장에 찍어 먹던 담백한 생선, 아빠를 비롯한 남자들이 특히나 술안주로 좋아했던 생선, 처음 본 고모부가 감탄하며 드셨던 생선, 그리고 30년이 지나서야 그 소중했던 추억을 회상 하며 먹은 오늘의 생선,,, 이제는 모두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있지만 그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준 것이 힘들었어도 차례를 지내고 함께 모여 식사했던 시간들 이었다. 지금은 그런 집안 행사들이 줄어들고 없어지면서 편리하게 다른 형태로 있지만 그때 만큼의 정성과 친척에 대한 끈끈한 애정은 따라 오기 힘든 것 같다. 돈으로 많은 것을 해결 할 수 있다지만,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배운 나에게는 돈보다도 더욱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어찌보면 부모님들에게는 힘든 시간들 이었겠지만 나에게는 가족을 사랑하는 근본의 밑바탕이 되어준 것이다. 고맙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다들 아프고 인생 사연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때의 만들어주신 시간들이 저를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 시켜 주셨습니다.이것이 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 자녀들에게도 변화에 맞는 방법으로 근본있는 자식들이 되도록 키우겠습니다. (Tue) 9/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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