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할머니께서 고모와 통화하시더니 나에게 말씀하셨다. 며칠 후에 친척 언니들 중 첫째 언니가 고모와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온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너무 신이 났다.
우리 집은 대체로 필요한 말만 하는 분위기여서, 친척 언니들의 따뜻한 관심과 다정한 대화는 나에게 마치 노루메 흙길에 핀 작은 노란 꽃을 비추는 햇살처럼 느껴졌었다. 언니들과 같이 있을 때면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방학 때 일주일 정도 고모네에서 언니들과 보내고 집에 갈 때가 되면 아쉬움 때문에 매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되곤 했었다.
그렇게 친척언니들을 주로 방학 때만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주말에 우리 집으로 온다니!
방학도 아닌 날 언니를 볼 수 있다니! 정말 기대됐다.
그날이 다가오기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차에서 누군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번쩍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고모와 친척 언니가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언니!" 하고 힘껏 외치며 현관 계단을 신나게 내려갔다.
그런데 그 순간,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내 이마를 쳤다. 순간적으로 멍해졌고, 계단을 올라오던 언니는 깜짝 놀라며 나에게 달려왔다.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와 살펴보니 점점 고통이 느껴졌다.
내 이마는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할머니께서는 아무래도 벌에 쏘인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내 이마에 된장을 척하니 발라 주셨다.
나는 된장이 벌 쏘인 곳에 약이 된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아프지 않겠다 싶어 안심하던 것도 잠시, 이내 된장 냄새가 스멀스멀 풍기기 시작했다.
내 이마 위에 발린 된장 덕분에 내 주변으로 냄새는 더욱 진하게 퍼졌다.
결국, 그렇게 기다렸던 친척 언니와 제대로 놀지도 못한 채, 고모와 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 버렸다.
나는 너무 속상해서 서럽게 울었다.
왜 하필 그 순간 벌이 내 이마를 쏜 걸까? 벌에 쏘이지 않았다면, 된장이 발릴 일도 없었을 테고, 그렇게 보고 싶던 언니와 신나게 놀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 노루메의 땅벌이여. 그대가 나에게 잊지 못할 이마마중을 추억 속에 새겨 주었구려.
커다란 기대와 반가움만큼 따끔하고 욱신했던 마중 그리고 띵하게 진했던 구수함보다 못한 순간의 작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