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약방집이라고 친구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동네에 작은 약방집이 있었다.
작은 약방집 뒷문으로 나가면 마당에 작은 텃밭이 있는 안정적이고 예쁜 친구네 집이 있었다.
그 친구네 집에서도 자주 놀았었다.
그러다 가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방문학습지 선생님께서 오시는 날이 있었다.
우리는 놀던 것을 멈추고 친구는 선생님과 함께 방에 들어가 수업을 받았다.
수업이 길지 않아서 우리는 그런 날이면 친구는 수업을 받고 나는 방문 밖에서 혼자 놀며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친구와 나는 늦게까지 놀았다.
친구네 할머니께 집에서 저녁도 안 먹냐며 가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친구가 듣는 방문학습지 수업을 많이 부러워했었다.
우리 집은 방문학습지를 신청할 형편이 되지 못해서 들을 수 없었다.
상냥한 선생님께서 조곤조곤 수업하시는 것이 학교 수업과는 사뭇 다르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그란 쇠 링에 끼워 주는 학습지도 학교 교과서와 다르게 작고 알록달록해서 예쁜 다이어리 같았다.
만약에 나한테 그 학습지로 숙제를 준다면 정말 열심히 하고 잘했을 것이다.(정말이다.)
상냥한 선생님과 함께 친구와 수업을 같이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아무리 원해도, 같이 듣고 싶다고 졸라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은 어른들의 약속과 규칙들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방문학습지 선생님께 수업을 같이 듣고 싶다고 했다.
친구도 그렇게 해달라고 같이 졸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선생님께서 얼마나 난처하셨을지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같이 들을 수 있게 해 주셨다.
친구와 함께 선생님의 상냥하고 친절한 수업을 들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다음은 없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한 번만 선생님께서 허락하신 거라 느껴졌다.
그다음부터는 다시 밖에서 혼자 놀며 기다렸다.
선생님께서는 왜인지 밖에 내가 있으면 방문을 완전히 닫지 않으시고 살짝 열어놔 주셨다.
그래서 방문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쓸쓸하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살짝 열린 방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선생님과 친구와의 즐거운 소리는 나를 부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살짝 열린 방문은 아마도 그 선생님께서 나에게 나눠주신 작은 배려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수업시간 내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의 존재가 선생님 마음에 불편함을 줬을 법도 한데도
그 선생님께서는 늘 방문을 살짝 열어놔 주셨다.
(선생님의 작은 배려의 빛은 나를 따뜻하게 비추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