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일 년이 안돼서 같은 동네에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
내 인생에 두 번째 이사였다. 여전히 월세였지만 이전 집보다 넓고 밝아서 좋았다.
이사를 하고 이틀 정도 지났을까?
처음 보는 아이들이 네발자전거를 타고 밖에서 무언가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멀뚱멀뚱 있으니 할머니께서 창문을 여시고 그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디서 온 아이들이냐? 아는 사람이 있느냐?"
헐머니의 물음에 그 아이들 중 가장 커 보이는 아이가 대답했다.
"저는 이 동네 사는데요, 며칠 전 이사 하시는 모습을 보고 또래 아이가 있으면 같이 놀려고 왔어요."
옆에 내가 서있는 모습을 보고는 더 반가운 목소리와 손짓으로 나를 불러주었다.
나는 속으로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 정말 기뻤다.
나에게 '친구'하자며 먼저 찾아와 주다니 말이다.
더 신기했던 것은 나를 찾아와 준 친구가 나와 동갑이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월의 겨울날.
텅텅 빈 논밭과 꽁꽁 언 땅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그 친구는 나에게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 이곳에 이사와 사귄 나의 두 번째 친구이다.
우리는 성격도 비슷하고 잘 맞아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마치 나에게 꼭 맞는 선물 같았다.
그날 같이 왔던 아이들은 그 친구의 동생들로 삼 남매였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언제나 나를 챙겨주는 정말 듬직하고 착한 친구였다.
(저 멀리 자유로가 바로 보일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아스팔트 포장도 안된 땅들. 어디가 찻길인지 논 길인지 구분도 없었던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