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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쌀쌀한 겨울날
이웃집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의 손에
마른 지푸라기가 잔뜩 있고, 가느다란 손잡이가 길게 늘어진 깡통을 하나씩 쥐어주셨다.
마른 지푸라기에 불을 붙이고, 긴 손잡이를 꼭 잡고 하늘을 향해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하신다.
어른들에 이어 우리들 깡통에도 불을 붙여주셨다.
우리들도 따라서 천천히 돌려보기 시작했다.
무섭다고 이내 부모님께 건네주고 마는 아이,
어설프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쥐어준 깡통을 돌리는 아이, 어른들도 뒷걸음질 치게 할 만큼 신이 나서 거침없이 돌리는 아이, 불이 붙은 자신의 깡통을 하늘을 향해 돌리는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자신의 깡통을 돌리지 못했어도, 어설프게 돌렸어도, 신나게 돌렸어도 처음으로 불붙은 깡통을 만난 우리들의 얼굴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가늘고 딱딱한 거친 손잡이를 통해 전해지는 불붙은 깡통의 강한 원심력이 느껴진다.
뜨거운 연기를 뿜으며 빙글빙글 돌던 깡통은 아직 내 마음에 있을까?
겁이 나 멈춰있지는 않은지...
괜찮다.
잠시 멈춰 있어도, 어설퍼도.
불이 붙은 깡통은 언제나 우리들의 즐거운 미소를
따뜻하게 비춰주고 있다.
그러니 조금더 자신있게 한번 돌려보자.
하얗고 맑은 별빛을 바라보며 불붙은 깡통을 돌려본다. 잘 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