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그날의 위로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침의 버스는 서른몇 개의 한숨을 싣고 미끄러졌다. 과장은 손잡이를 잡은 채 창밖의 신호등이 바뀌는 속도로 하루의 마음을 접었다. 정류장마다 같은 광고가 같은 약속을 했다가 사라졌다. 회사 건물의 유리에는 회색 하늘이 접혀 있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누군가의 한숨이 먼저 눌렸다. 그는 버튼을 누르고, 손끝에 남은 지문 자국을 잠깐 바라보았다.
형광등은 피로한 눈처럼 깜박였다. 그는 결재판을 들고 상사의 자리 앞에 섰다. “다시.” 두 음절이 종이의 결을 구겼다. 커서의 파란 숨이 멎자, 그는 넥타이 매듭을 습관처럼 고쳐 맸다. 칭찬도, 꾸중도 아닌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다.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과 캔커피였다.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바람과 전자레인지의 열기가 교차했다. 계산대 위 손목 보호대가 점원의 피로를 대신 말해주었다. 그는 포장지 모서리를 매끈하게 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낮의 그늘은 빌딩 사이를 건너며 사람들의 어깨에 잠시 걸렸다. 그늘이 스칠 때마다, 그는 걷는 속도를 반 박자 늦췄다.
그는 한때 그만둘 생각을 했다. 사표 초안은 메모장 속에서 몇 번이나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결혼 앨범의 미소와 초음파 사진의 파동, 토끼처럼 잠들던 아이 둘의 온기가 서랍을 닫게 했다. ‘좋음’과 ‘싫음’이 불분명한 사람은 대신 해야 할 일을 골랐다. 선택은 어깨를 조금 무겁게 했지만, 발걸음만큼은 방향을 잃지 않았다.
해가 기울며 사무실 벽이 분홍빛으로 식었다. 그는 퇴근 도장을 찍고 회식 자리에 끌려갔다. 소주잔은 사람의 체온을 닮은 속도로 돌았고, 농담은 비닐처럼 가볍게 구겨졌다가 펴졌다. 그는 적당히 웃고, 적당히 마셨다. 오래된 회색 정장처럼 어느 자리에도 크게 어울리지 않고, 어느 자리에도 남지 않는 밤이었다. 사람들이 흩어지자, 마음 한가운데에 ‘다음’이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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