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발보다 부동산을 쉽게 사는 사람들

by 김태호

우리는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도 브랜드를 따지고, ‘메이드 인 차이나’인지 ‘코리아’인지를 확인합니다. 직접 신어보며 사이즈와 착용감을 체크하고, 심지어 다른 매장에 들러 가격을 비교하며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저렴하게 사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 데도 이토록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억 원이 오가는 부동산 앞에서는 이 철저함이 마법처럼 사라집니다.

“분양 상담사가 좋다고 해서요.”

“토지 매입은 다 끝났다고 하네요.”

“○○건설에서 시공한대요.”

“중개사가 괜찮다니까요.”

“다들 이렇게 한다고 해서요.”

“지금 아니면 기회 없다고 해서요.”

이런 말들을 근거로 사람들은 수억 원짜리 부동산 매수 계약을 체결합니다. 즉, 수억 원짜리 물건을 사는 결정을 합니다.

이름 없는 아니 이름도 모르는 시행사가 앞으로 짓겠다고 하고, 미래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분양계약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모델하우스 한 번 보고, 설명 몇 마디 듣고, 서류 몇 장에 서명하는 것으로 결정을 끝냅니다.

그 아파트가 그 땅 위에 실제로 지어질 수 있는지, 토지는 정말 확보되어 있는지, 사업구조는 무엇인지, 시행사는 어디이고, 자금력은 충분한지 내가 어떤 위험을 떠안게 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단지, 앞에 있는 상담사의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말들만 귓속에 들어 박힙니다. 심지어 그 계약이 분양계약인지 투자계약인지 조차 정확히 알지도 못한채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죠, 신발보다 훨씬 비싼 물건을 사면서, 심지어 현재 존재하는 것이 확정되지 않는 물건을 사면서 신발을 살 때보다 훨씬 덜 확인합니다.

이 차이는 지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발을 고를 때보다 훨씬 더 신중한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앞에 서는 순간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도록 설계된 환경과 분위기에 판단력이 마비된 것입니다.

당장 수억 원에 이르는 가격이지만, 계약을 할 때에는 전액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금만 내면 되고,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사은품을 준다는 말에 부동산 거래를 지나치게 가볍게 받아들입니다.

그 결과 신발을 살 때보다 훨씬 적은 질문과 확인만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왜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이 오가는 거래 앞에서 오히려 판단을 단순화하고, 의심을 접어둔 채 무언가에 홀린 듯 계약서에 서명하게 되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 현실감의 문제

신발은 돈을 바로 내고, 바로 신어볼 수 있으며, 착용감이나 어울림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금액은 수억 원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처음에 실제로 지불하는 돈은 대개 매매대금의 5% 또는 10% 수준인 계약금에 불과하고, 잔금까지는 수개월에서 몇 년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약금을 낸 후 그 몇 달에서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 자기가 그사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잔금 걱정 없이 전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험한 낙관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달콤한 화법에 속아 현실감을 상실한 사람들은 자신이 수억 원의 채무를 지는 '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하지만 잔금 날짜는 화살처럼 돌아오고, 자신의 재정상태는 계약금을 낼 당시와 별 차이가 없으며, 약속했던 전매 프리미엄이나 전세 세입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때 서야 독촉장과 함께 현실이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그 안일함의 끝이 얼마나 처참한지 아십니까?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던 그 결정들이 현재 대한민국 법정에서 어떤 문장으로 기록되고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최근 오피스텔 분양 계약 이후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양사와 수분양자 간에 벌어진 실제 소송 내역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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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26명의 피고들은 모두 한결같이 10%의 계약금만 납부하면 나머지는 무이자 대출 또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는 분양상담사의 말을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는데, 시행사나 신탁사가 약속한 대출 알선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고, 분양계약은 시행사측의 기망(무이자 대출이나 전매 홍보, 허위⦁과장광고 등) 또는 시행사 측으로부터 유발한 동기의 착오로 체결된 것이므로 분양계약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시행사가 계약금 10%만 납부하면 나머지는 무이자 대출 및 부가가치세 환급 등의 방법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거나 연 수익 8.4%일 것이라고 확약하고, 이를 계약 내용에 포함하여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을 체결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오히려 이 사건 각 공급계약서는 ‘공급금액의 60%는 무이자 방식으로 대출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중도금 대출에 관하여만 기재되어 있고(의무 규정이 아니다).개인의 신용상태, 정부의 정책이나 시장변화 등으로 인하여 대출이 제한될 경우 공급금액을 본인(수분양자) 책임 하에 조달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달리 이를 징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는 냉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 사건에서 피고들은 선량한 서민들이 시행사의 대출 약속에 속아 계약금만 내면 나머지는 대출로 해결될 것이라고 알고 분양받았다고 강변하였고, 실제 분양 현장에선 상담사들이 90% 대출이 된다는 것을 전체로 수익률 8.4% 라고 장담 하였지만, 법원은 이런 정황들은 모두 무시하였고, 냉혹할 정도로 원칙적이었습니다.

법의 눈에 비친 그들은 ‘속은 피해자’가 아니라, 욕심에 눈이 어두워 계약서의 내용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분양상담사의 감언이설만 믿고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며 서명한 어리석은 ‘계약 당사자’였을 뿐입니다.

이 사건의 가장 비극적이고도 실소(失笑)가 터져 나오는 지점은 피고 26명 중에는 실제 분양 현장에서 고객들을 유치하던 분양대행사의 직원들 즉 분양상담사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법정 증인신문과정에서 “우리도 회사로부터 대출이 무조건 가능하다는 교육을 받았고, 그 말을 믿었기에 우리 돈을 들여 계약한 것”이라고 읍소했습니다. 사기를 치러 나갔던 병사들이 정작 본진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들도 피해를 입은 후 자기 진영에 총을 쏜 격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진술마저 단칼에 베어버렸습니다. 내부 직원이 속을 정도였다면 일반인은 오죽했겠냐는 정상참작 따위는 없었습니다.

“당신이 직접 서명한 그 계약서에 ‘대출 보장’이라는 글자가 단 한 줄이라도 써 있는가?”

결국 피고들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뜯겼음은 물론 자신들은 구경도 못 해본 채 시행사가 대납했다는 '중도금 이자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수천만 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셈입니다.

사기를 치러 나간 병사들까지 본진의 함정에 빠져 전멸하는 아수라장 그들이 법정에서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해도 법원의 대답은 서늘할 정도로 명확했습니다.

"계약서에 써 있지 않은 약속은 약속이 아니다."

이제부터 보여드릴 사례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치명적인 미끼 '프리미엄(P)' 이라는 환상이 만든 비극의 기록입니다.

사례 │’P’ 붙혀서 팔아요..사막의 신기루

60대 초반 김씨부부는 함께 음식점을 20년간 운영했습니다. 장사는 나름 잘되었고, 20년간 성실히 사업을 하다보니 현금이 꽤 모였습니다. 현금만 무려 20억 원 정도를 모았습니다.

김씨 부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자영업자였고, 이제 장사는 그만해도 두 부부가 여행을 다니면서 넉넉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김씨는 우연히 인근을 지나다 어떤 아주머니들이 나누어 주는 전단지를 받았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상가분양!”

“연 6~8% 확정 임대수익 보장”

“공실 걱정 없는 책임임대 시스템”

“시행사가 직접 임차인 연결 완료”

“입주와 동시에 월세 발생 구조”

.

.

.

전단지를 받아든 김씨는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에와서 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지고 있는 현금 20억원을 한번 투자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둘이 함께 전단지에 적힌 분양사무실에 방문해서 구경도 하고 상담이나 한번 받아 보자고 결론이 났습니다.

다음날,

김씨부부는 깔끔하게 차려 입고, 분양사무실에 방문 하였습니다. 입구에서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 적고 안으로 들어가니 전단지에 적힌 박실장이라는 사람이 마중 나와 있습니다.

박실장은 김씨부부에게 모델하우스를 보여준 후 김씨 부부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재산상태와 투자감도를 파악합니다. 김씨 부부는 설명을 듣고, 처음에는 10억짜리 상가 1채 더 마음에 들면 2채 까지 분양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상담사가 설명한 수익률 연7%를 적용하면 월 700만원 이상 임대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었죠.

그래서 김씨 부부는 상담사에게 1채를 분양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박실장은 목소리를 낮춰 은밀한 제안을 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여기 지금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지금 가지신 돈이 20억이니 계약금 1억씩으로 해서 20채를 분양 받으세요”

“원래 물량이 없어 한번에 20채 계약은 못하는데, 제가 시행사 대표님께 특별히 부탁하면 가능합니다.”

“그러고 나서 지식산업센터가 어느 정도 지어지고 건물의 윤곽이 나오면 사람들이 더 몰려들텐데 그 때 P(Premiem)을 5,000만원에서 1억 씩 붙혀 전매하면 고객님은 대출도 없으니, 수개월 안에 5억에서 10억은 그냥 벌 수 있습니다.”

김씨 부부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상가를 20채나 분양받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게 말로만 듣던 ’전매투자‘인가?’하는 묘한 전율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박실장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습니다.

“고객님, ‘자산가’들은 다들 이렇게 하십니다.”

“실제 운영할 생각으로 사는게 아니고요.”

“P만 붙여서 파는 겁니다.”

‘자산가’라는 단어가 김씨 부부의 귀에 꽂히는 순간, 묘한 고취감이 밀려왔습니다. 평생을 성실하게만 살아온 자신들도 이제는 저들처럼 세련된 투자 기법으로 돈을 벌 때가 되었다는 착각 그리고 잔금은 내 일이 아니라 이름 모를 '다음 매수자'의 일이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찾아온 것입니다.

박실장은 책상 서랍에서 몇 장의 서류를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박실장이 이전에 다른 현장에서 했다는 사람들의 전매 사례, 분양가보다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더 붙은 계약서 사본이었습니다.

“이건 실제로 다 된 사례들이에요.”

“지금은 분양 초반이라 물량이 싸게 나오지만, 골조 올라가고 나면 바로 분위기 바뀝니다. 지금이 타이밍 이에요”

김씨 부부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1채당 계약금 1억씩이면 20채 계약 가능하고, 1채당 5천만원씩만 붙혀도 6개월 만에 10억....’

‘대출도 없고, 이자 부담도 없고…’

‘설령 다 안 팔려도 절반만 전매하면 그게 벌써 5 억이네….’

박 실장이 판을 깔아주자, 김씨 부부는 스스로 그 판 위에서 '무한 복사 버그' 수준의 수익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땀 흘려 번 돈의 무게는 간데없고, 모니터 속 숫자놀음 같은 전매 차익만이 눈앞을 가득 채웠습니다.

박실장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객님 같은 분들은 정말 드뭅니다.”

“현금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요즘 거의 없어요.”

“이런 분들이 P 시장에서는 제일 유리합니다.”

그날 김 씨 부부는 10억짜리 상가 1채를 구경하러 왔다가, 홀린 듯 20채의 분양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습니다. 신탁사 계좌로 송금된 계약금만 무려 20억 원. 한 달 후, 20채 전부에 대한 중도금 대출 서류에 자필 서명을 마쳤을 때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억만장자가 된 줄 알았습니다. 중도금은 전부 무이자였기에 당장 나가는 돈도 없었습니다.

몇 달간 공사는 순조로웠습니다. 부부는 현장에 가보는 대신 평소처럼 식당을 운영하며 종종 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 실장은 늘 상냥하게 "잘 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며 그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을 앞둘 때까지도 '전매'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잔금일이 화살처럼 다가오자 초조해진 부부가 박 실장을 들볶았지만, 그의 대답은 바뀌어 있었습니다. "열심히 노력 중인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네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결국, 잔금일이 지나도록 전매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백억 원의 잔금을 치를 능력이 없던 부부에게 돌아온 것은 시행사의 차가운 계약 해지 통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20년간 고기를 굽고 설거지하며 모은 계약금 20억 원은 그 자리에서 몰취(채무 불이행에 따른 귀속)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부부는 박 실장을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은 냉정했습니다. 박 실장이 전매를 '약속'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박 실장은 경찰 조사에서 비웃듯 진술했습니다.

“제가요? 아뇨, 그분들이 먼저 전매해달라고 사정하면서 20채나 계약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던걸요.”

결과적으로 박 실장은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임대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는 전매를 노린 투기가 되었고, 그 투기는 단 한 번의 잘못된 계약으로 20년의 인생을 증발시켰습니다.

김씨 부부가 2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면 감당 가능한 분양 규모는 많아야 2채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그러나 이 냉정한 현실의 기준은 ‘나중에 전매하면 된다’는 박 실장의 집요한 희망고문과 김 씨 부부의 근거 없는 낙관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잔금을 실제로 납부해야 할 시점은 몇 년 뒤의 일이고, 그 전에 P를 붙여 전매하면 계약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현실적인 판단을 대신해 버린 것입니다.


[법률 Tip] ‘프리미엄(P)’이 붙기 위한 3대 조건: 당신의 운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분양 현장에서 상담사들이 전매를 권하며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피 ‘P(Premium)’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위에 얹어지는 이 ‘웃돈’은 상담사의 호언장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피’가 붙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는 과거 입지 좋은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할 때나 통용되던 공식이며, 심지어 현재 아파트 분양권 전매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즉, 아파트 시장에서도 사라진 위험한 관행을 지식산업센터라는 낯선 상품에 덧씌워 팔고 있는 셈입니다.

1. 압도적인 희소성과 입지

주변에 대체할 수 있는 건물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산 지식산업센터 옆에 비슷한 건물이 또 들어선다면? 매수자는 웃돈을 주고 내 분양권을 사는 대신 옆 건물의 ‘무피(무프리미엄)’ 분양권을 사면 그만입니다.

2. 시행사·대행사·상담사의 이해관계 (역지사지의 법칙)

시행사와 대행사는 최대한 빨리 물량을 소화하고 다음 현장으로 떠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기존 물건에 P를 붙여 전매하는 것을 달가워할 리가 없습니다. 상담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게 찾은 가망 고객에게 새 호실을 분양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지 왜 굳이 수수료도 없는 당신의 물건을 전매 연결해 주겠습니까?

특히 민간임대 아파트 계약 후 취소를 요청할 때 나오는 “일단 갖고 계시면 전매해 주겠다”는 말은 전형적인 ‘시간 벌기용 덫’입니다.

목적: 계약서상 7일 또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상 30일의 철회 기간을 도과시키기 위함입니다.

결과: 상담사의 말을 믿고 기다리는 사이, 당신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철회권을 영영 상실하게 됩니다.

3.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받아줄 ‘바보’의 존재 (폭탄 돌리기)

P를 붙힌 전매는 결국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누군가가 나타나야 완성되는 게임입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순간, 시장에는 바보는 사라지고 오직 '살려달라'는 비명만 남습니다.

지금 당장 전국 각지의 지식산업센터 현장을 가보십시오. 상담사들이 약속했던 ‘P 5,000만 원’은 간데없고, 계약금 1억 원을 포기할 테니 제발 명의만 가져가 달라는 ‘마이너스 피(마피)’ 매물이 즐비할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 판단의 외주화

부동산 거래에는 거의 항상 중개사, 시행사, 분양 상담사 등 ‘전문가의 외형’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부동산 거래는 워낙 거액이 오고가가 보니 검토해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매수자나 세입자들은 대부분 전문 투자자들이 아니고, 별도의 직장을 가지고 있어 부동산의 시세, 구조, 내구연한, 입지, 투자성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귀찮습니다.

그때 머릿속에 아주 위험하고도 달콤한 생각이 스칩니다.

“저 사람들이 전문가니까 알아서 다 확인했겠지.” 그리고 자신이 내려야 할 최종 판단을 타인의 입에 맡겨 버립니다.

소중한 내 재산의 운명을 결정할 판단을 '외주(Outsourcing)'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뼈아픈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합니다. 그 전문가들은 정말 ‘나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을까요?

중개사는 중개수수료, 분양 상담사는 분양 수수료, 지인 역시

자기 나름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 거래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앞선 김씨부부 사례에서도 박실장은 김씨부부 앞에서는 김씨부부를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은 철저히 자기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사기를 쳤습니다.

전문가는 당신의 판단을 절대로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말은 판단의 재료로만 삼으시고, 그 판단을 그대로 신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법률 Tip] 판단을 외주 준 대가: 부가세·취득세라는 ‘시한부’ 덫

우리가 판단을 전문가(상담사)에게 통째로 맡겼을 때, 가장 먼저 발목을 잡히는 지점이 바로 세금입니다. 분양 상담사들은 마치 국가 장학금이라도 타 주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입니다.

“부가세는 전액 환급되니 공짜 돈이고, 취득세는 나라에서 반값으로 깎아줍니다. 이런 혜택을 놓치실 건가요?”

이 달콤한 속삭임에 판단을 맡겨버린 수분양자들은 자신이 ‘시한부 폭탄’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상담사가 내 판단을 대신해준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내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1. 부가세 환급: 내 돈을 내게 주며 치는 박수

부가세 환급의 원리는 마술쇼보다 허무합니다. 중도금을 낼 때 건물값의 10%를 부가세로 같이 내면, 국가가 “매출은 없는데 나간 세금만 있으니 일단 돌려줄게” 하고 내주는 것입니다. 결국 내 왼쪽 주머니에서 나간 돈을 국가가 잠시 맡았다가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준 것뿐입니다.

상담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수익이 생기셨네요!”라며 박수를 쳐줍니다. 하지만 만약 전매가 안 되어 폐업하거나, 주거용으로 슬쩍 사용하다 적발되면 국세청은 즉시 ‘악덕 사채업자’로 변신합니다. “약속한 사업 안 하네? 환급해준 돈 이자까지 쳐서 당장 일시불로 내놔!”라며 수천만 원을 단숨에 뺏어갑니다.

2. 취득세 감면: 5년짜리 조건부 장학금

상담사들은 취득세 감면을 나라가 주는 보너스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여기서 5년 동안 직접 성실하게 사업을 하라”는 약속을 전제로 한 시한부 선언입니다. 만약 장사가 안되어 5년 이내에 남에게 팔거나(매각), 임대업으로 돌리는 순간 지자체는 귀신같이 달려옵니다.

“사업 한다더니 딴짓하네? 깎아준 세금 다 내놓고, 그동안 안 낸 가산세까지 토해내!”

결국 상담사의 말만 믿고 판단을 ‘외주’ 준 수분양자는 전매 실패라는 해일에 이어, ‘부가세·취득세 추징’이라는 지진까지 겪게 됩니다. 상담사는 수수료 파티를 열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겨진 당신은 국세청이라는 세계 최강의 빚쟁이를 상대로 “상담사가 괜찮다고 했어요”라는 무력한 방패를 든 채 전 재산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판단을 외주 주지 마십시오. 상담사는 당신의 세금 추징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유: 확인을 생략하는 순간

부동산 사기 피해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공통으로 발견되는 기이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수억 원을 납부해야 할 아파트가 정확히 어디에 지어지는지, 어떤 회사가 시행을 맡았는지, 그리고 내가 투입하는 수천만 원이 들어갈 그 땅에 실제로 건축이 가능한지조차 단 한 번도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토지의 존재 여부, 주소와 지번, 현재 이용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등기부등본 한 장 떼어보고, 지도 앱에서 검색 한 번 해보고, 직접 그 땅을 밟아보는 것.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기초 중의 기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이할 정도로 이 단계를 건너뜁니다.

“설마 이것까지 거짓말을 하겠어?”

“유명 강사가 직접 설명한 건데 설마 땅이 없겠어?”

“계약서에 주소까지 버젓이 적혀 있는데 설마 딴소리하겠어?”

사람들은 이런 막연한 믿음을 방패 삼아 확인의 절차를 스스로 생략합니다.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도 사이즈를 재보고, 정품 여부를 따지고, 최저가를 비교하며 온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 정작 수천, 수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앞에서는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합니다. 확인을 생략한 대가가 신발 값의 수만 배인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빚으로 돌아오는데도 말입니다.

사기꾼은 당신의 눈을 가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이 스스로 눈을 감도록 유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눈을 감기로 ‘결정’하는 순간, 사기는 비로소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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