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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우탱고 May 06. 2022

탱고소셜 1.

탱고 in 파리

호텔 로비에 주소지를 알려주니 다행히도 먼 길이 아니기에 큰 부담 없이 택시를 부탁했다. 프랑스인들은 문화적 자존심이 커서인지 거의 영어를 쓰지 않는다. 사실 영어도 별로 자신이 없기에 큰 차이는 없다.


1999년도 파리에서의 이야기이다. 설레었던 첫 해외여행은 태국이었는데 공항에서 출입금지 지역을 지났다며 공안에게 걸렸고 야간 도로에서 차량 추돌 사고도 났었기에 두 번째 해외여행지인 파리는 그리 설레는 마음조차 없었다. 관광 차원의 여행이 아닌 회사 출장이다. 그런데 연이어 오게 된 세 번째 해외도 파리였고 이번에는 설레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파리 여행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던 "탱고"를 직접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10여 년을 꿈꾸던 영화를 접고 상실의 상태로 지인의 소개로 한 전시 광고회사에 들어갔다.

나의 이런저런 잡다한 경험을 모아보니 광고 영상 제작도 가능하고 보스가 구상하고 있었던 컴퓨터와 결합한 특수 영상장비 구축도 가능케 했으며 그로 인해 여러 의뢰사의 다양한 해외 전시장을 돌며 광고 영상 제작과 특수장비 설치 운영하는 일을 했다. 첫 번째 운명이었던 영화를 떠나 두 번째 운명이 시작된 것이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주택가 골목의 어느 집 앞. 택시 예약 시 왕복을 신청하였기에 2시간 뒤에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에서 만날 약속을 손짓으로 재확인하고 조심스레 초인종을 누르려고 문 앞에 서는 순간,

어느새 현관문을 열고 나와 문 앞까지 온 할아버지,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올라"라고 한다. "Hola" 마치 올라오라고 하는 것처럼 들려 이것이 한국어가 아니란 걸 알지만 스페인어 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저절로 그를 따라 집안에 있는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내 손에는 그와 주고받은 메일 프린트를 들고 있었다.  카를로스 carlos 선생님. 야후를 뒤져서 겨우 찾은 호텔에서 제일 가까운 탱고 선생님이었다.

한 시간에 백달러라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인터넷에서 겨우 찾은 탱고 선생님을 만나고 배울 수 있다는 설렘에 주저 없이 그와 시간 약속을 했었다. 커피를 내어주는 테이블에 앉아 그에게 메일 프린트와 100달러가 든 봉투를 건넸다. 그를 기분 좋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왠지 탱고를 잘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음악을 틀고 포용을 한번 하더니 그 차분하고 깊이 있는 어투로 말했다.

"탱고를 배우기 위해 멀리까지 왔는데 함께 잘했으면 좋겠구나"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려오는 스페인어식 영어를 하는 선생님과 한국식 영어를 하는 나와의 묘한 탱고 소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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